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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작가의 사진 칼럼] #1. 빛으로 그린 그림, 사진

2012.08.21 공감 0 FacebookTwitterNaver

1. 빛으로 그린 그림, 사진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동일한 피사체도 다르게 보인다. 사진에서의 빛은 태양 빛의 방향을 기준으로 크게 정면광(태양이 피사체의 정면에 있을 때), 측면광(태양이 피사체의 측면에 있을 때), 역광(태양이 피사체의 뒤에 있을 때), 하향광(태양이 피사체의 위에 있을 때)으로 나뉜다.

이 빛의 방향을 읽고 촬영할 때 사진의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피사체도 빛에 의해 극적이고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다. 빛의 방향을 읽는 방법으로 태양의 위치에 따라 피사체가 어떤 느낌으로 바뀌는지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다.

햇빛은 동에서 서로 이동하므로,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대상을 두고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누어 관찰하자. 사진가들은 보통 해가 막 떠오르는 아침의 빛과 해 지기 전 저녁의 빛을 가장 선호하며, 이 시간을 골든 라이트Golden Light라고 부른다. 해가 가장 낮게 떠 있을 때 붉고 아름다운 황금빛 컬러의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전체를 드러내는 빛, 순광

  • a. 촬영 구도 : 홍학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형태로 촬영했다.
  • b. 촬영 정보 : AV모드, 135 렌즈, 조리개는 f4.5, 셔터 속도 1/400초, ISO 400, 오후 2시 촬영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 셔터 속도가 확보되지 않아 흔들릴 확률이 높다. ISO를 400으로 올려 조리개를 열고 셔터 속도를 확보한다.
  • c. 촬영 포인트 : 오후 2시쯤의 순광으로 촬영하라. 홍학의 디테일과 컬러의 느낌을 잘 전달해줄 수 있는 빛의 방향인 순광을 선택한다.

보통 순광이라 하면 해를 등지고 촬영하는 것을 뜻한다. 순광 촬영을 할 때의 문제점은 컬러와 빛이 일반적이라 극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순광은 대상을 구석구석 비추기 때문에 피사체 전체의 디테일이 드러난다.

홍학 사진처럼 깃털 하나하나의 섬세한 라인이나 컬러를 드러내고 몸 전체의 컬러를 잘 표현해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순광 촬영이다. 만약 인물 사진을 담을 때 순광 촬영을 한다면 얼굴의 명암이 없어져 밋밋하게 나올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촬영자가 촬영 위치를 바꾸거나 모델에게 얼굴이나 몸의 방향을 바꾸도록 유도해 적절한 빛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좋은 빛과 나쁜 빛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사진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디테일, 느낌, 컬러를 고려하여 그에 맞는 빛을 선택하면 된다. 일단 내 눈에 띄는 좋은 피사체를 만났다면 다양한 빛의 느낌을 읽기 위해 피사체 주변을 관찰하고 다양한 방향에서 촬영해본다. 그리고 그 빛의 느낌에 따라 사진이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순광 촬영의 다른 예

3. 찬란한 빛의 무대, 역광

  • a. 촬영 구도 : 마루에서 창문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형태로 촬영했다.
  • b. 촬영 정보 : AV모드, 35mm 렌즈, 조리개 f4, 셔터 속도 1/40초, ISO 500, 노출 보정 +1.7, 오전 11시 촬영
    역광에서 촬영할 때는 노출 부족으로 어둡게 촬영될 확률이 높다. ISO를 500으로 올려 실내 촬영에서 흔들릴 확률을 줄였다.
  • c. 촬영 포인트 :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역광에서 촬영하라.
    바깥보다 안쪽의 빛이 약하기 때문에 + 노출 보정을 하면 창문 밖의 디테일은 사라지고 빛이 스며드는 느낌이 난다.

역광 사진은 가장 촬영하기 어려운 사진 중 하나다. 그러나 역광은 사진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빛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역광 사진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느낌을 준다. 또한 사진 속에서 따뜻한 빛을 느끼게 한다.

역광은 내가 정면으로 바라보는 빛이다. 우리는 왜 역광을 신비롭고 경이롭게 느끼는 걸까? 우리는 고대 명화나 영화를 통해 천사, 예수, 부처와 같은 영적인 존재들이 머리 뒤에서 후광을 발산하며 나타나는 것을 익히 보아왔다. 역광은 그 자체로 눈부시고 환상적인 느낌을 전달하기에, 신성한 대상을 그린 영화나 그림에서 이런 후광(역광) 효과를 많이 사용한 것이다.

역광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의 태양이 낮게 깔리는 시간이다. 사진가들은 이런 시간을 골든 아워Golden Hour라고 부른다. 역광으로 촬영할 때는 카메라 앞에 빛이 있기에 노출이 부족한 상태로 촬영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꼭 LCD로 노출을 확인한 뒤 노출 보정을 하는 것이 좋다. 역광에서 밝은 피사체를 찍으면 배경의 빛 때문에 자칫 산만해지는데, 이럴 때는 피사체와 대비되는 어두운 배경을 선택하여 피사체를 주목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역광 촬영의 다른 예

4. 피사체의 질감을 살리는 측면광

  • a. 촬영 구도 : 가운데에 있는 남자아이를 마주보는 형태로 촬영했다.
  • b. 촬영 정보 : AV모드, 35mm 렌즈, 노출 보정 -0.7, 조리개 f2.5, 셔터 속도 1/3200초, ISO 200, 오후 4시 촬영
    배경이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조리개를 열어 배경이 적당히 흐려지게 했다.
  • c. 촬영 포인트 : 해 질 무렵에 촬영하라.
    도시의 유리 건물에 반사되는 측면광을 활용하여 약간 로우앵글로 촬영해 자연스러운 효과를 얻었다.

측면광 역시 사진가들이 선호하는 빛 중의 하나다. 측면광은 사광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빛은 태양이 낮게 깔리는 시간대인 일출 직후와 일몰 직전에 만날 수 있다. 측면광은 옆에서 비추는 빛이기 때문에 피사체의 질감이 잘 드러나고 밝음과 어두움의 대비, 즉 콘트라스트 효과가 강해 사진에 입체감을 준다.

측면광의 시간대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해가 뜬 후 1~2시간 이내와 해가 지기 전 1~2시간 이내가 된다. 이 빛은 붉은 오렌지 색의 따뜻한 느낌이 나서 인물을 촬영하기 좋다.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있을 때 비스듬히 비치는 빛이 대기권의 먼지와 수분을 통과하면서 산란(흩어짐)되는데, 이때 파장이 긴 붉은색 빛은 산란되지 않고 관측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이런 따뜻한 느낌의 붉은색이 나온다.

만약 측면광으로 사람을 촬영하고자 한다면 해가 뜬 아침보다는 해가 지는 저녁에 촬영하는 것이 좋다. 출근하느라 바쁜 아침에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불쑥 나타나 나를 찍겠다고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면 사람들 마음도 조금은 느긋해져 쉽게 촬영에 응한다. 사진은 사람과 풍경과 빛의 만남이란 사실을 꼭 기억하자.

측면광을 만날 수 있는 시간대는 무척 짧다. 그래서 오전과 오후에 충분히 촬영 지역을 조사하여 해가 뜨고 지는 방위와 촬영 소재를 파악한 뒤에 촬영하는 사진가도 있다. 사진에 좋은 빛을 담기 위해 하루를 투자하는 것이다. 좋은 빛을 만나면 항상 좋은 사진을 얻기 마련이다.

측면광 촬영의 다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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