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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작가의 사진 칼럼] #3. 인물의 내면과 마음까지 포착하는 사진

2012.09.04 FacebookTwitterNaver

좋은 인물 사진 속에는 아름다운 외형과 더불어 인물의 내면과 마음까지 표현되게 마련이다. 좋은 인물 사진을 위한 요건을 알아 본다.

1. 인물을 살리는 빛

  • a. 촬영 정보 : AV모드, 50mm 렌즈, 조리개 f4, 셔터 속도 1/125초, ISO 200, 노출 보정 +1.3, 오전 10시
  • b. 촬영 포인트 : 인물 사진에서 중심은 눈이다. 눈과 얼굴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호주의 소버린 힐이라는 민속 마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하얀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의 웃음과 눈 망울, 붉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와 노란색 밀짚모자. 마치 소설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이 갑자기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다. 소녀를 보는 순간 그녀의 내면까지 표현해줄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하고 싶었다. 빛, 복장, 눈빛, 웃음, 컬러까지 이 완벽한 조화가 내게는 행운으로 느껴졌다.

빛은 인물의 특성을 드러낸다

인물 사진, 여러분이라면 어떤 곳에서 촬영하겠는가? 일반인이 인물 촬영을 할 때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빛이 잘 들어야 사진에 얼굴이 잘 나온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생각으로 촬영하게 되면 햇빛에 의해 인물에 불필요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뿐 아니라 빛 자체도 아름답지 않게 촬영된다.

빨강 머리 소녀의 사진은 그늘에서 촬영했는데, 단체 인물을 먼저 촬영한 뒤 소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클로즈업하여 촬영했다. 뜻밖의 좋은 인물 사진은 그늘이나 흐린 날, 비 오는 날, 그리고 해 질 녘 등에 촬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날의 빛 아래서 좀 더 부드럽고 확산된 빛으로 인물의 피부 톤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캡션: @호주 소버린 힐, 2010
  • a.촬영 정보 : 소니 A900, AV모드, 50mm 렌즈, f1.7, 1/250초, ISO 200, 노출 보정 -0.7, 오전 10시 촬영

  • 캡션: @호주 단네농 파크, 2010
  • a.촬영 정보 : 소니 A900, AV모드, 50mm 렌즈, f1.7, 1/200초, ISO 200, 노출 보정 -0.7, 오전 8시 촬영

외국 여행을 가서 처음 보는 외국인을 촬영할 기회가 생긴다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빨리 촬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배경이나 인물에 떨어질 빛을 생각하지 않고 인물의 얼굴을 담기 쉽다. 인물 사진을 촬영하기에 앞서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인물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다. 오랜 사진 촬영 경험으로 빛과 장소를 완벽하게 읽어낸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양해를 구하고 공을 들여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먼저 빛을 읽고 인물이 놓일 장소를 생각하고 인물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구도와 프레임을 생각하라. 제일 좋은 방법은 여러분의 친구, 동료, 가족을 데리고 야외에 나가 빛을 읽으면서 촬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습하면 기본적으로 대상 인물과의 교감이 잘 이루어져 내 의도대로 배경이나 포즈, 구도를 바꿔가며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인 훈련이 된다.

2. 인물과 풍경을 조화시키는 빛

  • a.촬영 정보 : AV모드, 50mm 렌즈, 조리개 f1.4, 셔터 속도 1/125초, ISO 200, 노출 보정 -0.3, 오후 6시 촬영
  • b.촬영 포인트 : 촬영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와 실제 여행을 통해 우리는 그곳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풍경과 분위기에 맞는 인물을 찾아보자.

일본에서는 어느 도시의 골목을 다녀도 조용하다. 특히 가나자와처럼 비가 많이 오는 도시의 모습은 흐린 날씨 탓에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비가 온 뒤 옛 가옥들이 즐비한 골목에서 만난 한 여인. 말끔한 흰 코트를 잘 차려 입은 여인의 얼굴은 왠지 사진 촬영하기도 미안할 만큼 우울해 보인다. 하지만 이 중년 여인은 가나자와라는 지역의 정서를 잘 말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지녔다. 골목에서 프레임을 계산하고 여인이 다가오기를 기다려 촬영했다.

풍경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빛

단순히 거리와 자연의 풍경으로 구성된 사진보다 풍경 속에 현지 사람이 담긴 사진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 든다. 풍경은 그곳의 모습을 묘사하지만 풍경 속에 현지 인물이 담길 때 그 지역의 정서와 분위기가 훨씬 더 잘 드러나고 깊어진다.

한국만 돌아다녀봐도 알 수 있다. 서울 사람과 경상도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정서가 다르고, 전라도 사람과 강원도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정서가 다르다. 이렇듯 어떤 지역에 가면 그곳만의 독특한 날씨와 그 날씨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대기의 느낌, 집과 사람들의 인상에서 풍기는 느낌이 있다.

  • @일본 가나자와, 2010
  • 소니 A900, AV모드, 50mm 렌즈, f1.6, 1/250초, ISO 200, 노출 보정 -0.3, 오후 5시 촬영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라는 매그넘 사진가의 인도 사진 속에는 현대적인 옷을 입은 사람이나 현대적인 건물과 조화를 이룬 사진보다 인도의 전통 복장을 입은 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빛 역시 극적인 느낌을 주는 사진이 많다. 하지만 내가 본 인도는 달랐다. 그곳에는 과거의 모습도 있었지만 현대적인 모습이 너무 두드러졌고, 공해 때문에 빛의 느낌은 매우 탁했다.

인도에 가기 전에 나는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에 담긴 인도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로 오랜 시간 사진을 촬영하며 깨달았다. 사진 속에 담긴 장면은 사진가가 우연히 마주친 인연일 수도 있지만 사실 사진가가 끊임없이 관찰하고 찾아 헤맨 결과물임을.

  • @일본 가나자와, 2010
  • a.소니 A900, AV모드, 50mm 렌즈, f2.2, 1/400초, ISO 200, 노출 보정 +0.3, 오후 4시 촬영

이처럼 한 장의 사진은 사진가의 선택에 의해 걸러진다. 풍경, 배경, 인물, 빛, 프레임, 구도, 노출, 컬러 등이 선택 요소다. 한 지역에 가면 그곳의 특징적인 느낌을 표현해줄 수 있는 빛의 느낌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사진 속에 담길 공간을 찾고 그곳에서 인물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반드시 좋은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3. 빛의 느낌에 따라 변하는 인물의 인상

  • a.촬영 정보: 소니 A900, M모드, 70~200mm 렌즈, 조리개 f4, 셔터 속도 1/250초, ISO 3200, 삼각대 사용, 스튜디오 촬영
  • b.촬영 포인트 : 조명의 각도나 배치에 따라 인물의 인상과 느낌이 변한다.

SBS 다큐멘터리 <가족의 페르소나>라는 작품에 참여하면서 스틸 컷으로 촬영 한 사진이다. 전문 방송 조명팀이 촬영에 참여했다. 모델은 마임 연기자로, 여러 가면을 쓰고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조명 효과 때문에 가면의 느낌은 무표정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쉽게 오버랩된다.

인물에 가장 적당한 빛은?

  • @오스트레일리아, 2011
  • a.촬영 정보 : 소니 A900, AV모드, 50mm 렌즈, f2.2, 1/160초, ISO 200, 오후 4시 촬영

상업 스튜디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일한 경험은 빛을 관찰하고 인물의 특성에 따른 조명의 배치를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러분은 아마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같은 사진인데도 어떤 사진관에서는 증명사진이 잘 나오고 어떤 사진관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또 지하철 즉석 사진기에서 급하게 촬영한 증명사진은 어쩐지 전혀 내 얼굴 같지 않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빛의 방향과 배치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상이 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문적으로 인물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사진의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인상학, 해부학, 관상학까지 공부하기도 한다. 사진에 나타난 인상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과 느낌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기에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특히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 한 장으로 취업의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 사실은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봐야 하는데 사진 한 장에 그 사람의 내면을 담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태국, 2009
  • a.촬영 정보 : 소니 A900, AV모드, 50mm 렌즈, f2.8, 1/160초, ISO 200, 오후 7시 촬영

나는 누구의 사진을 찍든 항상 그 사람의 가족과 친구, 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한다. 좀 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사람을 관찰하면 객관적으로 아름답지 못한 얼굴이라도 그 속에 숨겨진 그 사람만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조명 기술 서적을 보면 탑라이트, 렘브란트 라이트, 버터플라이 라이트 등 인간의 얼굴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다양한 조명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조명을 비추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단지 조명 기술이 훌륭하고 선명하기만 한 그저 그런 사진이 나올 수 있다. 조명 기술이 좋은 사진은 한 달에 수십 권씩 나오는 패션 잡지나 각종 매체의 광고 사진만 봐도 수두룩하다.

가장 진실한 빛, 그 사람을 비추는 아름다운 빛은 어디 있을까? 그것은 바로 당신 마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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