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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김주원 작가의 사진 칼럼] #9. 컬러,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2012.09.28 FacebookTwitterNaver

세상의 모든 컬러의 집합을 총천연색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진에서 모든 컬러를 담을 순 없는 법. 각자가 선호하는 색이 있듯 사진에서의 컬러는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한다. 사진을 찍어 온지 오래되었지만 선호하는 컬러도 조금씩 변해가고 그것은 결국 내 마음이 향하는 색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 동안 촬영해 온 사진들 중 각 컬러를 대표하는 사진들을 모아 봤다.

Red

태국의 한 사원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기도하는 이에게 향을 피우는 장면을 촬영해도 좋겠냐는 허락을 받고 사진을 담았다. 이날 태국의 뜨거운 열기만큼 붉은 촛불이 타 들어가는 장면이 그의 강렬한 염원을 나타내는 듯 했다. 촬영 전 기도자에게 허락을 맡았기에 촛불의 강렬함이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버드 뷰 구도로 촬영했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동네를 산책하며 가벼운 카메라를 챙긴다. 매일 보던 일상도 카메라로 관찰하면 색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붉은 색의 벽과 우체통, 그 옆에 삐져 나온 나뭇가지. 굉장히 특별해 보이는 장면 같지만 그냥 우리 동네의 허름한 창고의 벽을 촬영한 사진이다. 붉은 색의 강렬함을 더하기 위해 노출을 -1 정도 보정했다.

Green

바람이 엄청나게 불던 날 도로 옆의 한 마을 귀퉁이의 보리밭을 만났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었는데 녹색의 보리들이 춤추듯 움직였다. 동네 할머니가 빼꼼히 쳐다 보더니 무엇을 찍고 있냐고 했고 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바람에 춤추는 보리밭을 표현하기 위해 삼각대를 사용하여 장노출로 촬영한 사진이다.

가끔 사진을 보다 보면 시각적인 경험을 넘어 다른 감각의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시큼한 오렌지 사진을 보면 침이 고이고 시원한 여름날 바다 사진을 보면 풍덩 뛰어들고 싶다. 일본 가나자와에서 촬영한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식 정원의 고요함이 들리는 것 같다. 똑똑똑 물소리와 처마 끝의 청아한 풍경 소리들. 조리개를 개방하고 시선을 낮춰 물의 파장이 잘 표현되도록 촬영했다.

Blue

캐나다의 옐로 나이프에서 새벽에 촬영한 사진이다. 옐로 나이프는 오로라를 촬영하기 좋은 곳인데 그곳의 새벽을 보기 위해 중무장을 하고 도시를 걸었다. 이곳은 북극에 근접 한 곳이라 겨울의 새벽 기온은 영하 40도. 얼음장 같이 차갑던 적막을 깨고 까마귀 한 마리가 가로지른다. 이어 내 카메라도 그를 향해 따라 찰칵! 느린 셔터 속도로 까마귀를 따라가 패닝 촬영한 사진이다. 새벽 해뜨기 전의 푸름과 겨울의 차가움이 잘 표현되었다.

난 서울에서 지하철을 탈 때면 창가에 서 있기를 좋아한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 하는 구간은 지하 구간을 벗어나 잠시 서울 풍경을 감상할 시간. 짧게 스쳐가는 순간이지만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서울 풍경은 색다르다. 이 사진은 창가의 파란색 선팅을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이다. 속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조리개를 조이고 셔터 속도를 느리게 했다.

Yellow

가끔 외국 촬영을 나가보면 그곳의 빛, 자연, 컬러가 부러울 때가 있다. 어쩜 그리도 아름답고 조화스러운지. 어쩌면 축복 받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잘 살펴 보면 한국처럼 사진 찍기 재미있는 곳도 없는 듯하다. 아무튼 이 사진은 호주의 한 리조트에서 아침의 부엌 풍경을 담은 사진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남반구 햇살의 따뜻한 느낌. 어쩌면 제주도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지도. 조리개를 개방하고 컵에 렌즈를 바짝 대고 창 너머의 풍경에 초점을 맞췄다. 여러 풍경들이 겹치면서 그림처럼 표현되었다.

요즘 봄 꽃을 촬영하는 재미에 빠졌다. 봄 꽃의 그 화려한 색도 좋지만 봄에 잠깐 볼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에 더 빠져드는 듯 하다. 이 꽃은 황매화의 변종인 죽단화다. 죽단화란 이름은 블로그 이웃을 통해 들었는데 봄 꽃 사진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 매뉴얼 포커스로 촬영한 이 사진은 일부로 초점을 흐리게 만들었다. 파인더로 봤을 때 초점이 선명한 사진보다 흐릿한 느낌이 더 죽단화의 느낌을 부가시키는 듯했기 때문이다. 관상용으로 사용되는 꽃이라 봄에 창덕궁의 후원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다.

Pink

부귀영화와 행복한 결혼의 상징이라는 목란 꽃이다. 봄에 잠깐 피는 꽃으로 5월이 절정인데 이제 5월이 점점 더워져서 그런지 4월 말에서 5월 초에 볼 수 있다. 창덕궁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흰색, 자주색, 분홍색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흰색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커다란 꽃잎의 모습 때문인지 활짝 팔을 벌리고 안기고 싶은 느낌이다. 좀 더 밝게 촬영하고 옐로 톤을 더해 핑크 톤으로 표현했다.

봄 꽃 중 가장 빨리 피는 홍매화 중 약간 분홍 빛이 도는 녀석이다. 초봄 서울 시내를 걷다가 촬영한 사진인데 아직 겨울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터라 추운 날인데도 불구하고 마른 가지에서 꽃들이 하나 둘씩 피어난다. 50mm 렌즈를 사용하여 조리개를 개방하고 밝게 촬영해 분홍 색을 더 강조했다.

Black

나에게 검은색과 강한 콘트라스트는 젊은 날의 방황의 상징이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어둡고 흔들리고 강한 느낌의 풍경들만을 찾아 다녔다. 지금 돌아 보면 그것은 치유의 과정이었던듯 하다. 마음의 짐을 다 훌훌 털어 버리기까지 십여 년. 그 뒤에는 조금 밝은 풍경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다. “black journey”라는 시리즈의 이 사진들은 그때의 내 마음을 대변하는 사진이다. 여행 중 차 창에서만 담은 사진이다.

WHITE

“Black Journey”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고민하던 내 마음에 들어 온 컬러는 화이트. 그 순백의 깨끗하고 순수함을 눈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눈은 대상을 밝혀주는 빛이자 대상을 드러나게 하는 무대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에만 촬영하는 사진으로 나는 “WHITE” 작업이 마음의 풍경을 찾아 나서는 여정으로 생각한다. 내겐 겨울이 기다려지는 겨울이 행복한 이유 중 하나다. 주로 폭설이 내릴 때 삼각대를 두고 장노출로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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