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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김주원 작가의 사진 칼럼] #10. 빛의 중첩, 장노출의 아름다움

2012.10.03 FacebookTwitterNaver

장노출은 시간을 더한 빛, 그리고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을 담아 낸다. 장노출로 촬영할 때의 카메라 세팅과 표현법을 알아 본다.

@충남 태안, 2009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22, 셔터 속도 20초, ISO 100

여름날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바다를 장노출로 촬영한 사진이다. 거칠게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와 다르게 서해는 갯벌과 잔잔한 파도가 마치 여인의 머릿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드러운 파도의 느낌을 담기 위해 사구 위에 삼각대를 세우고 바다 모기에 물려가며 20초간 노출했다. 장노출로 형태가 없어진 하얀 바다가 안개처럼 표현되었다.

@캐나다 옐로 나이프, 2009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2.8, 셔터 속도 496초, ISO 400

우리 눈은 짧은 순간 보고자 하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가며 볼 수 있지만 시간을 더하고 빛을 더한 이미지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카메라를 이용한 장노출은 시간과 빛을 더해 우리가 볼 수 없는 현실의 풍경을 묘사한다.

장노출 촬영은 보통 풍경 촬영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사진이 발명된 초기에는 필름 감광 시간의 한계로 인물 촬영을 할 때도 장노출로 촬영하곤 했다. 이때 사진가는 모델에게 눈을 깜빡이지 말 것과 몸을 움직이지 말 것을 주문해야 했고, 길게는 몇 분간 촬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 촬영한 어떤 인물 사진들은 강렬하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형도, 2009
소니 A900, 24mm 렌즈, 조리개 11, 셔터 속도 631초, ISO 200

우선 장노출을 하려면 좋은 삼각대와 릴리즈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출에 대한 이해도 어느 정도 필요한데,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므로 AV모드로 노출을 재고 촬영한 뒤에 M모드로 노출을 고정해서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조절하며 촬영한다. 물론 ND필터 등을 활용하여 노출 시간을 더 길게 할 수 있다.

@인천 북성포구, 2009
소니 A900, 28mm 렌즈, 조리개 22, 셔터 속도 20초, ISO 200, 파노라마 촬영

장노출을 하면 시간과 빛이 중첩되지만 정적인 피사체에는 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장노출로 촬영하려면 정적인 어떤 풍경이나 피사체를 먼저 찾아야 할 것이고, 그 다음에 정적인 피사체와 반대되는 역동적인 효과를 추가해야 한다. 사진가들은 주로, 촬영을 다니며 좋은 풍경들을 수집해놓은 뒤에 이 풍경에 극적인 효과를 더해줄 날씨(구름, 바람, 파도, 폭풍)를 찾아 움직이고 다시 장노출로 구성하여 촬영한다. 장노출 촬영을 하려면 장비와 사진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 기다림과 인내다.

@강원도 태백, 2010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3.5, 셔터 속도 30초, ISO 1250

태백 바람의 언덕에서 겨울에 촬영된 이 사진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별빛에 대한 기록이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칼바람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저 별들이 영롱하게 우주를 밝히는 거대한 지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 항해사와 나그네의 밤길을 인도하던 별들, 종종 낭만적인 시의 소재로 등장했던 별들, 하지만 이제 도심지의 빛 공해로 점점 희미해져 가는 별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작고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제부도, 2010
소니 A900, 28mm 렌즈, 조리개 2.8, 셔터 속도 30초, ISO 100

별이 있는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니, 사실 별은 그대로 존재하나 도심의 빛 공해 때문에 점점 밤하늘에서 별을 관찰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는 평소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서 간과하다가 그것들이 사라졌을 때에야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닫는다. 문학과 예술 작품에서 낭만적인 소재로 종종 등장했던 별은 이제 가로등이 없는 산속이나 시골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 2009
소니 A900, 35mm 렌즈, 조리개 2, 셔터 속도 30초, ISO 6400

나 역시 별을 찍어본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우연히 외국에서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풍경인지를 깨달았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치여 밤하늘을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충남 서산, 2009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4, 셔터 속도 61초, ISO 400

별을 촬영하려면 우선 별이 잘 보이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요즘은 밤이 되어도 가로등 불빛 때문에 사람과 차가 다니는 지역에서는 별 촬영이 어렵다. 그래서 인적이 뜸한 산속이나 시골, 가로등이 없는 해안 등 별이 보일 만한 지역을 탐사해야 한다.

@형도, 2010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2.8, 셔터 속도 30초, ISO 1250

별 촬영에서는 흔들림과 노출이 가장 큰 문제다. 일단 흔들림을 줄이려면 튼튼한 삼각대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하늘을 넓게 담을 수 있는 광각렌즈도 필요하다. 촬영할 때는 카메라의 셔터를 손가락으로 누르지 말고, 셀프 타이머나 릴리즈를 사용한다. 그래야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태안 신두리 해수욕장, 2010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5.6, 셔터 속도 30초, ISO 800

별은 불빛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촬영하므로 초점을 맞추기도 어렵다. 그래서 렌즈를 매뉴얼 포커스로 전환한 뒤 포커스를 무한대에 놓아둔다. 일반적으로, 아주 어두운 밤이라면 ISO 800~1600에 조리개 2.8~4.0, 노출 시간 15초에서 30초 정도면 점상 촬영(별이 점처럼 보이는 촬영)을 할 수 있다. ISO 400에 조리개 8, 노출 시간 30분(벌브 모드로 촬영, 릴리즈 필요) 정도면 별의 궤적을 담을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는 일반적인 예이므로 촬영한 후 반드시 LCD를 통해 노출을 확인해야 한다.

@캐나다 옐로 나이프, 2009
소니 A900, 20mm 렌즈, 조리개 2.8, 셔터 속도 25초, ISO 400

사실 별 촬영은 짧은 글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긴 인내심과 기술적인 숙련도가 필요하다. 파인더가 어두워 구도 확인도 되지 않고 결과물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얻어낸 결과물은 값지다. 별 촬영은 우주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작은 빛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며, 색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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