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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작가의 사진 칼럼] #13. 좋은 사진을 찍는 습관

2012.10.19 FacebookTwitterNaver

좋은 사진은 생활 습관처럼 늘 사진과 함께 할 때 시작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일상 속의 습관을 제안한다.

사진 속엔 찍는 이의 마음이 담긴다.

어릴 적 고향 집 마당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뒤를 돌아보는 나의 모습 너머 어머니와 누나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 사진은 우리가 그 동안 배워오던 좋은 사진의 문법과는 맞지 않다. 그러나 초점도 맞지 않고 노출이 하얗게 날아간 사진 속에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감정을 일으키는 무엇이 있다. 사진은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촬영하셨다. 가족에 대한 애정과 사랑의 감정이 듬뿍 담긴, 사진을 담았던 아버지는 사진 속에 없지만 가족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사진을 책상 한 쪽에 붙여 놓고 보면서 나는 사진이 가진 매력과 사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살아생전 아버지가 보여주신 따뜻한 마음이 전달된다.

예전에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독서와 음악 감상 정도였다면 이제 사진이 취미라고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DSLR과 디지털카메라가 저렴해진 탓도 있지만 각박한 현대인의 생활에서 무언가를 기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디지털카메라라는 기술이 잘 맞아떨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사진은 태생부터 기록의 기능이 있다. 무엇을 찍든 간에 어떤 대상이나 장소가 담기는 것은 물론이요, 촬영하는 이의 마음이 담기게 된다. 마음이 담긴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던 내 아버지가 담아 주신 고향 집 마당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성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던 우리가 사진을 시작할 때 마음의 눈인 감성의 영역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사진에는 천재가 없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유명해진 사진가나 10대의 천재적인 사진가는 없다. 유명 사진작가 중에는 나이가 지긋해져서 유명해진 이들이 많다. 마음의 눈은 세상을 보는 눈, 세상을 헤아릴 줄 아는 눈, 삶을 보는 눈으로 그 눈이 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림은 자명한 일이다.마음의 눈을 열면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의 눈을 열어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은 무엇일까?

카메라를 시인의 연필처럼

시인이 생각을 옮기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연필로 글을 쓰듯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무의식적으로 다루는 훈련이 필요하다. 카메라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항상 곁에 있어야 하고 자주 찍는 습관이 중요하다. 가방에 고이 모셔두고 어느 날 사진을 찍으려 하면 잘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연필 다루듯 찍고 찍는 습관이 좋은 사진을 위한 첫 번째 요건이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나오면 언제나 촬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자신만의 노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집에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좋은 순간을 만났다고 생각해 보자. 가방에서 카메라를 빼고 렌즈 뚜껑을 연 뒤에 전원을 켜고 촬영을 하려는 순간 좋은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다. 그냥 가볍게 어깨에 카메라를 메고 렌즈 뚜껑은 빼두고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해 보자. 물론 이렇게 카메라가 노출되어 있으면 흠집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카메라는 단순히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빛을 관찰하고 담기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빛을 잘 관찰하고 다루는 사진가가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밖에 없다. 빛에도 여러 종류의 빛이 있다. 약한 빛, 강한 빛, 해의 위치에 따른 빛,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 매번 보던 돌멩이 하나도 빛에 따라서 그 느낌이 달라진다. 아주 익숙한 광경도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바로 빛이다. 빛을 잘 보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사진가들이 좋은 빛이라고 부르는 시간대는 보통 해가 뜬 직후나 해가 지기 직전이다. 남들이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시간대에는 좋은 빛의 사진을 담기 어렵다는 말이다.

많이 걷고 보고 생각하기

사진은 생각을 다루는 예술이다. 생각을 다룬다는 것은 자신과의 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우선 대상을 찾아내야 한다.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피사체를 찾아 그것을 담아야 좋은 사진이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대상을 찾기 위해선 많이 걸으며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담을지 생각해야 한다. 골목길 모퉁이의 작고 소박한 꽃 한 송이도 내가 발견했을 땐 의미 있고 소중한 존재로 생각된다. 작은 꽃아! 내가 너를 정말 아름답게 담아 줄께 하며 자신의 몸을 낮추고 대상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렇게 말 못하는 대상과 대화를 이끌어 내고 그 속에서 작고 소소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좋은 사진이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일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었던 작은 의미들을 깨달아가는 일이 바로 사진 찍는 행위다.

사진은 기록이다

사진은 기록의 속성을 타고난 매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기록하고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의 일면을 보면 늘씬한 여성 모델들 사진과 멋진 풍경 사진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나를 위한 의미 있는 기록일까? 의미 있는 기록은 시대를 조망하며 삶의 존재를 드러내고 시간성을 담아내고 세상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쉬운 예로 옛날 앨범 속에 있던 아무렇게나 찍은 우리의 가족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릴 때 나는 어떤 옷을 입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지, 나의 부모님은 나를 얼마나 소중한 존재로 생각했는지, 그 시대의 삶의 모습은 어땠는지, 사진이 나에게 또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사진을 잘 담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카메라의 종류가 중요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당신은 어떤 사진을 기록하고 싶은가?

하루에 한 장 담는 습관

하루에 사진 한 장을 담는 것이 쉬울 일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해보면 알 수 있다. 하루에 한 장씩 담아 10년이 지나면 3,650장의 사진이 쌓인다. 하루 한 장 습관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을 담아야 할까? 멋진 주산지의 풍경이나 아름다운 모델보다 내 주변, 내 일상을 담는 것이 쉬운 일이다. 만약 자신이 지나치는 또는 잠시 머물렀던 장소를 매일 한 장 씩 담는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했던 일도 어떤 의무감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불과 한 달 전에 지나쳤던 거리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진 속에는 내가 지나쳤던 시간과 공간들이 생생히 담겨 있을 것이다. 이 사진들을 30년 후에 보게 된다면 어떨까?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누구도 할 수 없는 기록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의 사진 담기

우리 가족과 가장 가까이 있고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카메라를 든 바로 나다. 인물 사진을 연습하고 싶다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가족을 담아 보는 일이다. 물론 꾸미지 않은 가장 일상적인 상태의 가족사진을 담아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족들은 내가 촬영하는 것조차 잊게 된다. 이 사진들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구성해 보라. 차렷 하고 앞만 보고 있는 기념사진보다 훨씬 더한 가치로 남을 것이다. 대상에게 애정을 가질 때 좋은 사진이 나온다. 대상과 찍는 이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서로에게 의미가 있으면 더욱 좋다. 가족사진은 이런 조건을 만족하게 하는 최고의 인물 사진이다. 남들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이 담긴 사진 중 하나다.

사진전 보기, 사진집 수집

자신의 사진보다 남의 사진을 자주 보고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아마추어의 작품 보다는 한 주제를 깊게 파고든 전문가의 사진을 보는 것이 좋다. 사진전은 라이브 무대고 사진집은 음반이라는 비유가 있다. 사진전은 짧게 열리지만 작가가 준비한 오리지널 프린트와 액자, 그 동안의 진지하게 작업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장이고 운이 좋으면 전시회에서 작가를 직접 만나 생생한 작업 세계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사진집은 가격은 좀 비싸지만 많이 제작되지 않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있고 음반처럼 보고 싶을 때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진집은 전시보다 많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새롭고 실험적인 디자인이 많아 수집하는 묘미가 있다. 사진전과 사진집을 준비하는 작가들은 길게는 수년 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작품 활동을 하고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발표한다. 그들의 노고와 생각을 들여다보며 앞으로 자신의 사진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이 된다.

글과 사진을 엮어 보기

사진을 본다고 하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사진을 읽는다는 것은 글처럼 읽는다는 것이 아닌 사진을 찍은 이의 생각을 읽는 일이다. 쉽게 말하면 사진은 찍는 이의 생각이 담긴다는 이야기다. 읽으려면 쓸 줄 알아야 한다. 사진과 같이 글을 엮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나 훈련을 하다 보면 습관처럼 기록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활용해 기록하면 훗날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전시회를 가면 작가 노트가 있다. 작업에 대한 소개도 될 수 있지만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기록해 놓은 것이 작업 노트다. 생각을 기록하다 보면 방향성이 생긴다. 방향성은 삶에 대한 생각, 세상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다. 그것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이 사진이다.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기

사진을 찍는 이유 중의 하나가 자신만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 자신만의 감성이란 바로 개성 있는 시각, 나만의 주제를 가지고 싶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대부분 사진을 배우는 이들이 언젠가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어하지만 너무 먼 곳에서 주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주제는 보통 내 삶 가까이 있다. 내 가족도 훌륭한 주제가 될 수 있고 내가 매일 먹는 아침이 주제가 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주제,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개성 있는 시각을 가지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의 훌륭한 작품 세계를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다. 사진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꾸준히 실천하고 작업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하나의 주제를 탐구하다 보면 다른 아이디어와 방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사진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습관으로 몇 가지를 제안했지만 즐겁게 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사진 자체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이제 긴 사진 여행을 떠날 차례다. 파인더로 보는 세상, 여러분 마음의 눈으로 담은 따뜻한 시선을 만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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