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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기타

[김주원 작가의 사진 칼럼] #21. 내 아이 사진 탄생의 순간부터 성장까지

2012.11.27 FacebookTwitterNaver

“A family”는 2004년 필자가 스튜디오에 있을 때 촬영한 사진이다. 미국에서 온 한 가족이 사진 촬영에 대해 상담을 했는데 가족사진을 특별한 느낌으로 촬영하길 원했다. 내가 낸 아이디어는 아이의 손이나 발을 부모가 감싸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해보자는 것이었다. 백일 된 아이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였기 때문에 촬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포지션으로 촬영하다 파인더에 꽃봉오리가 피어나는 듯한 형상이 잡혔다. 아이가 세상에 내딛는 첫걸음이 사랑하는 부모의 품에서 피어나는 듯 느껴졌다. 파인더로 이 장면을 보며 “그래 이거야!”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이의 부모는 아니지만 나 역시 부모의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던 듯하다.

누구나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쯤은 가지고 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담았던 사진들. 이런 사진들의 특징은 사진의 외형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 순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을 담아 아이가 성장해 사진을 봤을 때 큰 정서적인 교감을 느낀다. 많은 이들이 DSLR을 구입하는 가장 큰 목적이 사랑하는 사람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무거운 DSLR로 아이를 찍어 보면 처음 찍히는 느낌은 참 좋지만 똑딱이로 찍은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왜 그럴까? DSLR이던 똑딱이 카메라던 중요한 건 항상 아이의 순간순간을 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중요한 순간에 카메라가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만 좋다고 사진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다. 실내에서 흔들리지 않게 나오려면 카메라의 세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빛에서 찍으면 더 좋은 색감이 나오는지 등의 촬영에 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카메라 앞에서 플래시 펑 터뜨린 사진은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당신이 조금의 아이디어만 발휘한다면 아이의 탄생부터 성장까지 순간순간 자연스러운 사진으로 남겨 큰 선물을 안겨주는 것이다. 아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한 아이디어와 참고할 점을 알아 보자.

신생아 때 아이의 손발은 아름다움 그 자체

엄마가 옆으로 누운 채로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작고 앙증맞은 손과 엄마의 큰 손 사이에서 무언의 교감이 일어나는 것 같다. 위의의 사진과 다르게 이 사진에는 강렬한 콘트라스트는 없다. 오히려 사진 자체가 굉장히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창가의 커튼 사이로 스미는 빛, 즉 확산광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또 엄마와 아이의 손이 만나는 중간 지점에서 촬영하기 위해 촬영자가 거의 바닥에 엎드려 촬영한 것을 알 수 있다. 신생아 때 아이의 손발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물론 조금 큰 뒤에도 예쁘겠지만 그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느낌은 이때만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이다.

50일 이전의 아이 과감히 얼굴을 클로즈업하라

50일 이전의 아이는 보통 잠자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액션을 찍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아이가 워낙 작아서 손발까지 다 촬영하면 오히려 아이의 얼굴은 사진에서 너무 작게 보인다. 새곤새곤 잠자는 모습이나 엄마와 눈 마주치는 모습을 과감하게 클로즈업하여 담아 보라. 아이의 작은 눈동자와 고운 피부가 더 부각되어 나타날 것이다. 또 형광등 아래에서 촬영하면 색 온도 때문에 피부색이 탁하게 보인다. 햇빛이 잘 드는 낮에 거실의 창가에서 촬영하면 훨씬 더 따뜻한 느낌의 피부톤으로 촬영할 수 있다. 플래시를 터뜨리면 아이가 놀랄 수도 있으므로 조리개가 개방되는 50mm 이상의 밝은 렌즈로 근접 촬영하면 쉽게 클로즈업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100일 전후 목을 가눈다면 엎드려서 촬영

100일 사진 찍으러 스튜디오에 가면 아이가 엎드려서 목을 가눌 수 있는지 꼭 물어본다. 100일 전후해서 아이의 성장이 급속도로 빨라지며 허리와 목에 힘이 생기면서 엎드리거나 옆으로 구르는 행동을 한다. 성장이 조금 빠른 아이들은 100일 전에도 목을 가누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무리해서 촬영할 필요는 없다. 대신 아이의 허리나 목에 부담을 덜 줄 수 있는 작은 베개를 팔 아래에 두고 촬영하면 멋진 스튜디오 촬영 컷처럼 담을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엎드리기 편한 작은 침대와 앞에서 엄마나 아빠가 딸랑이 등으로 시선을 끄는 사이 촬영하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다.

돌 전후 아장아장 걷는 순간을 포착

보통 1년(돌) 전후해서 아이가 걷기 시작한다. 성장이 약간 느린 아이는 선반 등의 지지대를 잡고 설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돌이 넘으면 뛰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때는 더 촬영하기 어려우므로 잡고 설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촬영을 해 본다. 아이들은 가만 서 있지 않으므로 선반에 아이가 좋아하는 컬러풀한 장난감 등으로 시선을 끌거나 놀게 하면 좋다. 위의 사진은 조카 예준이의 돌잔치 때 필자가 촬영한 사진인데 예준은 성장이 빨라 돌인데도 벌써 뛰어 다닐 정도가 되었다. 돌잔치에 장식된 풍선으로 아이의 시선을 끌어 잠시 정지한 사이 촬영했다.

2~4살 주변 가족들과의 모습을 포착

2살, 3살이 넘어가는 아이들은 이제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초점을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 또 이쯤 아이들은 아무리 뛰어 놀아도 지치지 않아 좀처럼 가만 있는 모습을 담기도 어렵다. 엄마, 아빠 이외에 할머니나, 이모, 삼촌들과도 활발하게 잘 노는 시기이므로 주변 가족들과 함께 놀면서 촬영하면 좋다. 아이가 어른의 행동 반경 안에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움직이지 않고 또 가족들도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좋은 표정을 띄게 되므로 주변에서 카메라를 휴대하고 있다가 순간을 포착하면 아이 사진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가족사진까지 남길 수 있다.

4~6살 아이에게 감동의 순간을 선물하라

3~4살 이전의 기억은 성인이 되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4살 이후에는 아이가 언어를 구사하고 생각하는 등 스스로의 자아가 생성되는 시기다. 또 성인이 되어도 4살 이후의 좋거나 나쁜 추억들은 어렴풋이 기억하게 되므로 사진으로 그 순간을 남겨 본다. 어릴 때 좋아했던 장난감을 같이 담아 훗날 사진을 보게 되면 그때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또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에 관심을 가져줄 때 기뻐하게 되고 자부심을 가지므로 자연스럽게 정지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가족 행사에서의 재미있는 순간, 감동이 될만한 기억들도 같이 남겨 사진으로 선물하자.

감동의 순간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이 세상에 아이들의 눈망울과 웃음만큼 순수한 것이 있을까? 아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아이와 잘 놀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또 멋지고 자연스러운 아이 사진은 순간순간 그 속에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어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순간 포착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좋은 사진이 가능하다. 감동의 순간은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다. 그리고 내 아이의 순간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사진가는 바로 당신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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