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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한 수, 크롬캐스트 나비효과 – T리포트

2014.01.16 FacebookTwitterNaver

T리포트

구글의 한 수,
크롬캐스트
나비효과

지난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이 물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 식은 감자로 전락한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플랫폼 침투를 위한 구글의 첨병 ‘크롬캐스트’는 강력한 콘텐츠 서비스로 무장하고 IPT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돈 30달러짜리 크롬캐스트는 넷플릭스(Netflix)를 비롯해서 영향력 있는 모바일 TV 서비스 대부분을 지원하는 기기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작지만 요긴한 선물

미국 ‘타임’이 선정한 2013년 10대 기기(Top 10 Gadgets) 중 구글 크롬캐스트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애플 아이폰5S(5위)나 마이크로소프트 Xbox One(6위), 아마존 Kindle Fire HDX(7위) 같은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올린 성과입니다. 그 밖에 여러 IT 전문 잡지나 블로그에서도 크롬캐스트는 2013년을 대표하는 기기로 꼽혔습니다. 크롬캐스트의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요?

크롬캐스트는 길이 7.2cm, 무게 34g의 스틱형 동글(dongle)로, 512MB의 메모리와 2GB의 저장 용량, 약식 크롬OS를 갖추고 최고 1080p의 HD급 화질을 지원하는 작은 컴퓨터입니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만으로는 어떤 서비스도 구동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시작된 콘텐츠 감상을 TV의 큰 화면으로 쉽게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물건이죠. 집 안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영화를 보다가 앱 화면 우측 상단의 ‘Cast’ 버튼을 누르면 크롬캐스트가 꽂혀 있는 TV 화면에서 영화가 재생되는 식입니다. 2010년 말 애플이 공개한 에어플레이(AirPlay)와 같은 기능입니다. 다만 놀라운 건 이 제품의 가격인데요, 소비자가는 35달러이나 아마존에선 지금 29.99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3만 원이 조금 넘는 착한 가격이죠.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미국인들이 왜 그토록 크롬캐스트에 찬사를 보내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기기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그 진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글 크롬캐스트,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까

크롬캐스트가 처음 소개된 2013년 7월, 이 기기와 호환되는 서비스로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구글 플레이 스토어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동종 제품인 애플TV와 로쿠(Roku)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였지요. 하지만 2013년 12월 현재 HBO GO, 훌루 플러스, 판도라, 베보 같은 카테고리별 핵심 서비스들이 크롬캐스트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합류한 상황에서 HBO GO와 훌루 플러스 같은 경쟁 사업자가 크롬캐스트를 외면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죠.

음악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글 플레이 뮤직, 판도라 같은 메이저 플레이어가 올라간 이상, 경쟁 관계의 사업자들도 크롬캐스트를 지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의 뒤를 비메오가 따르고 있고, 웹 브라우저와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영상 분야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콘텐츠 유통 사업자에게 크롬캐스트 같은 기기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어버렸습니다.

크롬캐스트는 클라우드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중개 기기입니다. 모바일 화면상의 콘텐츠를 TV로 보내버린 뒤 모바일 단말은 자유로워지고, TV에서 영화가 나오는 동안 이용자는 영화 관련 정보 검색이나 SNS 이용이 가능합니다. 자연스러운 세컨드 스크린 이용 환경도 크롬캐스트가 주는 요긴한 선물인 셈입니다.

TV에 대한 구글의 접근법

TV는 달리 말하면 ‘거실용 대화면 스크린’입니다.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에 비해 화면이 월등히 크고, 집 거실에 놓여 있으며, 가족 모두 자주 시청한다는 특징이 있지요. 또 TV는 많은 영상 기기의 아웃렛으로 기능하기 위한 다양한 접속 포트를 갖고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은 TV라는 ‘길목’을 확보함으로써 수많은 시청자와 자유롭게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구글은 2010년 구글TV를 통해 TV로 향하는 길목을 뚫으려고 했습니다. 2012년 7월에 선보인 스트리밍 기기 ‘넥서스Q’에도 이런 의도가 담겨 있고요. 구글TV는 구글이 TV를 위한 OS를 만들고, 소니나 로지텍 같은 단말 전문 업체들이 TV와 셋톱 박스를 만들어 파는 방식이었습니다. 판매 실적만으로 본다면 구글TV는 실패한 프로젝트입니다. TV는 교체 주기가 가장 긴 기기이고, 셋톱박스는 기존 유료 방송 사업자가 ‘끼워 파는’ 제품이었으며, 심지어 구글TV로의 콘텐츠 전송을 가로막고 나선 사업자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결정적으로 구글TV의 색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내비게이션 장비는 여전히 제약이 많은 리모컨에 머물렀습니다. 이렇게 구글은 TV로 가는 길목을 확보하는 데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던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통해 TV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을 선보였습니다.

첫째, 일체형 TV나 외장 셋톱박스같이 비싸고 설치 이용이 다소 복잡한 기기가 아닌, TV의 접속 포트에 간단히 꽂기만 하면 작동하는 기기를 선택했습니다.

둘째,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iOS와 윈도기반의 기기까지 이용자가 가진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에서 TV의 대화면으로 콘텐츠를 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셋째, 모든 기능을 빠짐없이 담는 대신 한 가지 기능에만 집중한 기기를 내놓았습니다.

넷째, 제휴한 단말 제조사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부담이 없도록 제조 판매 역할을 모두 떠안고 시작했습니다.

다섯째, 다른 스트리밍 기기를 보유한 사람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크롬캐스트는 게임 체인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팔릴 것 같아?’, ‘주요 서비스 사업자들의 합류 전망은?’, ‘기기 판매 수익이 아니라면 구글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는 것일까?’, ‘크롬캐스트가 향후 N스크린 서비스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이러다가 기존 유료 방송 서비스는 점차 고사되는 건 아닐까? 한국에서 크롬캐스트 판매 전망은?’. 크롬캐스트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반응을 지켜보며 업계 관련자와 일반 소비자들이 던지는 질문 또한 다양합니다.

간단히 자문자답을 하자면, 글로벌 차원의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스마트TV 앱 개발 툴) 공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크롬캐스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크롬캐스트 판매는 지속될 것입니다. 구글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수익 창출을 시도할 것이고요. 이제 답변이 쉽지 않은 질문들만 남았습니다. 크롬캐스트는 3만 원 남짓의 작은 동글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것은 구글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구글 입장에선 크롬캐스트 판매 수익이 아닌 구글 캐스트(Google Cast)라는 독자 표준 기술을 확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크롬캐스트는 구글 캐스트를 지원하는 최초의 기기로 그 임무를 끝내고 서드 파티의 다양한 기기에 자리를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또 클라우드 기반의 N스크린 서비스 제공에 사활을 건 서비스 사업자라면 애플의 에어플레이가 독주하던 영역에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한 구글 캐스트가 어찌 반갑지 않겠습니까. 요컨대 크롬캐스트는 구글의 생태계 외연을 더욱 확장해줄 중요한 교두보이며, 애플과의 플랫폼 경쟁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전략 포인트로 보입니다. 크롬캐스트 단독으로 게임 체인저가 된다기보다는 크롬캐스트를 통해 드러난 구글의 전략 방향이 게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크롬캐스트 이후, 국내 시장 예상 시나리오

국내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복잡할 것 없습니다. 호핀(Hoppin)이나 푹(pooq), 티빙(tving), 아프리카TV, 더 나아가 Btv 모바일, 올레TV 모바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크롬캐스트를 통해 제공됐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십시오. 우선, 유료 방송 사업자보다 스마트TV 제조사가 안게 될 파장이 클 거라 예상됩니다. 스마트TV와 크롬캐스트는 핵심 기능으로 치자면 사실상 역할이 겹치는 기기입니다. 스마트TV는 보다 다양한 앱 기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워왔습니다. 그건 크롬캐스트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합니다. 삼성이나 LG의 프리미엄급 스마트TV 대신, 11번가 같은 곳에서 중저가 스마트TV와 크롬캐스트를 묶어서 기획 판매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솔깃하지 않습니까?

끝으로, 유료 방송 사업자에겐 어떤 여파가 올까요? 만약 푹이나 티빙처럼 콘텐츠 파워를 배후에 둔 사업자가 크롬캐스트를 지원한다면, 그리하여 국내에서 크롬캐스트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다면 기존 미디어 콘텐츠 산업 질서는 복잡다단한 변화의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얘기한 중저가 TV와 크롬캐스트를 갖추고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푹과 티빙으로 실시간 채널과 VoD를 시청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가정해보십시오. 푹과 티빙 배후에 있는 지상파 사업자와 CJ그룹 입장에서는 월정액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기존 유료 방송 사업자들로부터의 수입 감소와 관계 악화, 클라우드 투자 비용 확대 가능성, 네트워크 보유 사업자들과의 갈등 고조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크롬캐스트는 작고 값싼 스트리밍 기기입니다. 하지만 그것에 담긴 변화의 힘은 강력합니다. 클라우드에 올려진 콘텐츠는 이제 OS와 전송 프로토콜, 기기, 네트워크의 벽을 넘어 어디로든 쉽게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기반으로 완성도를 갖춘 미디어 콘텐츠 사업자라면 TV라는 메인 스크린으로 그 경쟁력을 전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IPTV를 포함한 기존 유료 방송 사업자들도 크롬캐스트 채택을 포함한 모든 방안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본 포스트는 SK텔레콤이 만드는 테마 매거진 Inside M의 기사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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