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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nowledgeICT 칼럼

대기오염과 싸우는 스타트업

2017.06.14 FacebookTwitterNaver

1I 미세먼지 때문에 숨 쉴 걱정까지 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날마다 미세먼지 주의보를 듣고 출근길에 나서야 하고,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나라의 국민에게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대선후보들의 공약마저 귀에 쏙쏙 들어와 박혔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대기오염과 벌인 수십 년간의 싸움에서 짧은 시기에 큰 성공을 거둔 나라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더러운 공기 앞에서 성공이라니 의아하실지 모르겠지만 통계가 말해줍니다.

서울시 대기오염도 측정치를 보면 미세먼지는 1997년 1제곱미터당 68마이크로그램에서 2012년 41마이크로그램까지 극적으로 그 질이 개선됩니다. 문제는 이후 5년이었습니다. 조금씩 지표들이 뒷걸음질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공기 질은 분명히 최근 20년 동안 극적으로 개선됐습니다. 아직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평균 대기오염도는 1990년대 수준과 비교하면 대폭 개선된 상태입니다. 사실, 문제는 최근 5년 이내입니다. 모든 지표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급격한 후퇴의 원인이 무엇인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물론 중국의 공장 탓, 한국의 화력발전소 탓, 거리 위의 디젤 자동차 탓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비난할 대상이 없습니다. 아마도 진실은 그 모든 것들의 탓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에 탓을 돌리자니 해결책도 없습니다. 중국의 공장은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해외 문제고, 화력발전소를 줄이면 당장 여름에 에어컨 켜기도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디젤 자동차를 없애는 것은 더 골치 아픈 문제죠. 문제는 화물 트럭인데, 생계는 물론이고 ‘택배 공화국’이 멈춰설지도 모르는 문제니까요.

심지어 안철수 후보는 베이징에 건설됐다는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하는 이른바 ‘미세먼지 진공청소기’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공기정화기는 실제로 별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됐죠. 애초에 도시를 뒤덮을 정도의 거대한 공기청정기로 공기 오염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상식이라고 해서 그저 웃어넘길 얘기만은 아닙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대기 오염의 문제는 어쩌면 상식적이지 않은 접근으로만 해결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상식적이지 않은 접근은 대개 스타트업에서 나오게 마련입니다. 오래된 생각으로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대기오염을 해결하는 스타트업

2I 대기오염 문제가 큰 이슈를 모으는 가운데, 엔비니티그룹(Envinity Group)은 1시간에 약 8만 제곱미터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는 대형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사실 안 후보가 얘기했던 베이징의 공기 진공청소기와 같은 아이디어는 여러 곳에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안 후보 측이 사례로 들었던 ‘스모그 프리타워’는 주변 3만 제곱미터의 공기를 정화한다는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작품입니다. 이 타워의 효과는 스스로 주장하는 수준에 못 미쳤고 잠시 설치됐다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한둘은 아닌 모양입니다. 네덜란드의 엔비니티그룹(Envinity Group)이라는 곳에서도 비슷한 대형 공기청정기를 만들었으니까요.

이 기계는 약 8만 제곱미터의 공기를 한 시간 동안 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세먼지는 100%, 초미세먼지는 95%를 걸러주는 필터가 달렸다고 하죠. 문제는 역시 이런 아이디어의 현실성 여부입니다. 아직 이런 기계들이 대량 생산되어 도시의 공기 질을 개선했다는 소식을 들려오지 않고 아이디어만 화제가 될 뿐이니까요

 

3I 브리조미터(BreezoMeter)는 세계 각국 도시의 대기오염도를 직접 개발한 센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

좀 더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스타트업은 접근의 단계를 바꿔 봅니다. 도대체 대기오염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중에서 가장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회사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브리조미터(BreezoMeter)입니다. 브리조미터는 직접 개발한 센서를 사용해 도시 곳곳의 대기오염도를 측정합니다. 지금도 세계 대부분의 도시는 각국 정부와 기관이 측정한 대기오염도 수치를 통해 도시의 공기 질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아주 넓은 지역을 기준으로 측정된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한남동에 하나, 서초동에 하나 식으로 공기측정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브리조미터는 이와 달리 같은 동네에 수없이 많은 센서를 설치합니다. 골목마다, 블록마다 센서가 설치되는 것인데, 이 프로젝트가 상업적인 성공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덕분입니다. 촘촘한 센서 덕분에 개인에게는 ‘조깅할 때 상대적으로 공기가 좋은 경로’ 같은 맞춤 서비스를 알려줄 수 있고, 심지어 ‘연중 공기오염도가 인근에서 가장 낮은 지역’을 측정해서 부동산 가격에 ‘공기 좋은 동네’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비슷한 개인형 대기오염 측정기는 여러 스타트업이 도전해 봤지만, 브리조미터는 이를 ‘판매 가능한 데이터’로 바꿔낸 회사입니다.

이외에도 에이큐메시(AQ Mesh), 시티센스(CITI-SENSE)등 대기오염을 넓은 범위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해 이를 데이터화 하려는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중요한 것은 사실 우리가 지금까지 대기오염을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공기는 공장이 늘어나면 나빠지기도 하지만, 옆 나라에서 공장이 늘어나 나빠질 수도 있고, 디젤차의 환경 기준이 변해서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직사광선이 늘어나면 화학적인 이유만으로도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 공기의 질입니다. 그래서 이런 데이터를 폭넓게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공기 오염의 원인을 빅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마시는 공기를 바꾸자

4I 윈드(Wynd)는 미국 중산층 사무직을 타깃으로 차 안에서, 사무실에서 사용하기 좋은 1인용 공기청정기를 내놓았습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당장 내가 숨 쉴 공기가 좋아지는 것이 다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공기청정기가 불티나듯 팔리고, 일회용 마스크를 필수품처럼 챙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문제는 깨끗한 공기의 대가가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물론 중국의 저가 가전제품 제조로 유명한 샤오미 같은 회사들이 ‘살 만한’ 가격대의 값싼 공기청정기를 만들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값싼 공기청정기조차 막상 사려고 들면 수십만 원을 호가합니다. 대부분의 대기 오염원이 몰려 있어 공기도 좋지 않은 중국과 인도 등지의 공장지대에서는 이런 공기청정기를 사는 것이 사치인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깨끗한 공기를 숨 쉬겠다며 값비싼 공기청정기를 주문할 때 그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제조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오염 가득한 공기를 마셔야 한다면 이런 불평등이 또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스타트업들이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달려듭니다. 깨끗한 공기는 모두에게 허락되어야 하니까요.

인도의 ‘스마트에이(Smart Air)’가 바로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개인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호흡 관련 제품을 판매합니다. 초미세먼지도 걸러주는 헤파필터를 사용해 만든 개인용 마스크를 시작으로 실내용 공기 센서나 값싼 공기청정기 등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DIY(Do IT Yourserlf) 제품이 기발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값비싼 공기청정기가 해주는 일은 한 가지입니다. 실내의 공기를 빨아들여 강제로 필터를 통과하게 한 뒤 필터로 먼지를 걸러주는 것이죠. 그래서 이 회사는 200루피(약 3500원)짜리 헤파필터를 판매합니다. 선풍기 앞에 붙일 수 있도록 끈을 하나 포함해주는 것 정도가 차이일 뿐이죠. 이 제품은 수백 배 더 값비싼 유명 가전업체의 공기청정기와 비교해도 성능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인테리어로서의 디자인만 포기한다면, 누구나 집에 있는 선풍기를 이용해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윈드(Wynd)는 스마트에어와는 좀 다른 시장을 노립니다. 윈드의 공기청정기는 1인용입니다. 윈드는 큰 공기청정기를 개인이 들고 다닐 만한 크기로 줄였다는 점이 특징이죠. 스마트에어의 제품이 인도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그리고 가정을 위한 제품이라면 윈드의 제품은 캘리포니아에 사는 환경에 신경 쓰는 중산층을 노린 제품입니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 내가 숨 쉬는 공기를 정화하고, 자동차 속에서 내 가족이 마시는 공기를 정화하고, 내 아이의 유모차 속에 달아 아이에게 깨끗한 공기를 선사하는 기계라는 것이 윈드의 컨셉이죠. 가격도 대당 169달러(약 19만 원)로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국 중산층 사무직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입니다. 게다가 주위의 공기 질이 떨어지면 연결된 스마트폰에 경고 알람이 울리고, 필터를 갈아야 할 때가 되면 원스톱으로 필터 주문 및 배송 요청이 이뤄집니다.

공기 정화와 관련해서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아예 숲과 같은 환경을 집안이나 사무실에 만들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출발한 바이오미(Biome)라는 회사죠. 이 회사는 ‘공기정화 식물’화분 35개를 꽂아 벽걸이 액자처럼 벽에 걸 수 있는 이른바 ‘바이오월(Biowall)’이라는 제품을 만듭니다. 벽걸이 프레임에 규격화된 화분을 꽂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라 물을 줄 필요도 없고, 흙을 갈아주지 않아도 됩니다. 당연히 배수에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난 뒤 살아남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지는 화분은 새 화분 모듈로 바꿔 끼울 수 있습니다. 바이오미는 대체용 화분을 6개월이 지날 때마다 보내주거든요. 화분이 바뀌면 벽의 모양도 바뀌고 사무실이나 거실의 분위기도 달라지는 식입니다. 물론, 식물도 생명인데 너무하다 싶은 생각은 있지만, 사무실 벽이 녹색 식물로 뒤덮인다는 생각을 하면 많은 회사에서 반길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5I 바이털리티에어는 깨끗한 자연으로 유명한 캐나다 로키 산맥의 루이스 호수 인근에서 흘러 내려오는 만년설산의 청정 공기를 캔에 담아 판매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너무한 경우를 보자면, 아예 소수의 부자를 위한 좋은 공기를 파는 스타트업을 들 수 있겠네요. 대표적인 곳이 바이털리티에어(Vitality Air)라는 회사입니다. 캐나다 에드먼튼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대동강 물을 팔겠다는 봉이 김선달 같은 회사입니다. 깨끗한 자연으로 유명한 캐나다 로키 산맥의 루이스 호수 인근에서 흘러 내려오는 만년설산의 청정 공기를 캔에 담아 값싸게 팔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게 값싸지는 않습니다. 이 공기 캔의 가격은 8리터 한 캔에 32캐나다달러(약 2만 7000원)입니다. 글쎄요. 저라면 결코 구입하지 않겠지만, 세상에는 만년설 녹은 물을 마시겠다며 ‘에비앙’ 생수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으니까 성공 여부야 모를 일입니다.

 

그 많던 오염물질은 어디로 갈까?

6I 그래비키랩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배출하는 매연에서 유해물질을 걸러낸 뒤, 순수한 탄소만 남겨서 기름과 섞어 잉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에 대해 얘기 했습니다. 필터들은 이런 미세먼지를 채집하죠. 이런 미세먼지는 일단 정화되고 난 뒤에는 우리 폐를 더럽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뒤 이 먼지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요? 다시 흩어져서 공기 중으로 뿌려진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열심히 먼지를 정화하려 애쓰는 것일까요? 사실 미세먼지란 그저 비만 한 번 내려도 물에 씻겨서 흘러내려가 버리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씻어 보내지 않고도 이 오염물질을 재활용하려는 회사가 있습니다. 오염을 통해 돈 버는 방법을 궁리한 회사, 그래비키랩(Graviky Labs)입니다.

그래비키는 잉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이 잉크의 원료가 바로 오염물질입니다. 그래비키는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는 수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배기관 앞에 집진기를 매달아 덜 연소된 탄소(흔히 매연이라고 부르는)를 수집합니다. 그리고 이 탄소에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걸러낸 뒤 순수한 탄소만 남겨서 기름과 섞어 잉크를 만들죠. 그러면 칠흙처럼 새까만 잉크가 탄생합니다. 이 회사 창업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 자동차들 뒤에서 나오는 매연이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여러분의 허파겠습니까, 아니면 우리의 이 작은 잉크병 속이 낫겠습니까?” 그래비키 외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스타트업으로는 초커(Chakr)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한술 더 떠 자신들이 모은 대기오염 물질로 제조한 잉크로 작동하는 잉크젯 프린터를 만듭니다. 또 이 잉크로 디자인한 티셔츠도 판매하죠. 자신들의 잉크가 팔리면 팔릴수록 공기도 점점 깨끗해질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숨쉬기 힘든 뿌연 하늘을 볼 때마다 마음도 뿌옇게 흐려지는 것 같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싸우는 스타트업들이 있는 한, 우리는 해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김상훈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SK텔레콤 사보 <Connect+> 05월 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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