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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일자리, 양극화를 말하다

2017.07.04 FacebookTwitterNaver

일자리4.0_인공지능_1I 인공지능을 도입해 계산과정 없이 물건을 들고 나가는 아마존고, 출처: 아마존고 홍보 영상

얼마 전 무심코 아마존의 무인 점포 ‘아마존고(AmazonGo)’ 홍보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남성이 매장에 들어와 매대에 있던 샌드위치를 들더니 계산도 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가 버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계산대도 계산원도 없습니다. 연출된 모습이 아닙니다. 비록 시험운영이기는 하지만 실제 미국 시애틀 식료품 매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카메라와 센서,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현실이 된 상상’입니다.

‘현상’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파급효과’

일자리4.0_인공지능_01I 기계의 효율성이 증가하면서 인간의 노동력은 상당부분 대체됐습니다

누군가는 ‘참 편리한 세상이 됐구나’ 하겠지만 그리 낙관적으로만 볼 일만은 아닙니다. 계산대에서 일하는 직원이 없으니 대형 마트 계산대에서 열심히 바코드를 찍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소름 끼치는 얘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과 협업하는 ‘코봇(cobot)’의 등장 이후 85% 이상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것은 인간 노동력이 그만큼 필요 없게 됐다는 표현의 다른 말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새로 등장하는 직업이 분명히 있습니다. 로봇을 다룰 로봇 전문가, 인공지능을 담당할 AI 전문가, 센서와 스마트폰, 클라우드를 통해 모일 각종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 분석가, 수학자, 건축 엔지니어 등. 그럼에도 신규 일자리가 소멸하는 일자리 전체를 상쇄할 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든다는 사실보다 더 집중해야 할 게 있습니다. 고용 패턴의 변화로 인해 일어날 파급효과입니다. 각 시기의 산업혁명은 투자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언제나 일자리 확충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일 듯싶습니다. 생산성 확대는 기계 효율성 확대의 결과이지 노동생산성 증가의 산물이 아닙니다. 대기업 투자 확대는 이제 더 이상 일자리에 기여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산과정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던 인간 노동력이 공장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했습니다. 노동 시장이 항구적인 공급 초과잉에 빠지는 파괴적 변화의 시기가 도래한 셈입니다.

중산층 몰락과 소득 양극화…누구를 위한 변화?

일자리4.0_인공지능_02I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문성이 높은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없어지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과 생산직에 집중될 것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누구입니까. 사회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 고용 분야로 보면 비정규직입니다. 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오지 않았어야 할 변화일 지도 모릅니다. 어디 이 뿐입니까. 우리나라 중산층 상당수는 사무, 관리직에서 종사하는 화이트컬러입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 각종 데이터 처리와 회계 업무, 단순 사무 처리 등은 기계의 몫이 될 게 분명합니다. 경기 침체와 소득 감소로 위축된 중산층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집니다.

반면 새로 생기는 AI 전문가 등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미국의 경우 로봇 전문가, AI 박사, 빅데이터 스페셜리스트들이 받는 봉급은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이들의 몸값이 얼마나 더 뛸 지 아무도 모릅니다. 일자리 빈익빈 부익부가 중산층의 몰락과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국내에만 한정될 것이라 단정해선 안됩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주요 운영체계(OS)와 애플리케이션은 애플과 구글이 만든 것이고 SNS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AI의 핵심 요소인 클라우드 역시 국내산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데이터는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 글로벌 기업들에 집중되고 우리는 이들에게 점점 더 의존하는 세상이 되는 형국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국 등은 전문직 수요 급증으로 고용 천국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자리 4.0은 곧 교육ž복지 4.0

일자리4.0_인공지능_03I 기술이 발전할수록 심화될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것입니다. 디지털과 모바일 그리고 SNS의 확산과 융합은 일부에 의해 통제됐던 정보 흐름의 굴레를 풀고 시민사회로 하여금 비교할 수 없을 규모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제 정보는 더 이상 권력이 될 수 없습니다. SNS 확산으로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출하기 쉬워지면서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대의 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엘리트 정치가 직접 민주주의인 대중 정치에 자리를 내주는 모습을 머지않은 장래에 볼 수 있을 지 모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심화한 노동 및 사회 양극화가 강력한 정치 파워를 보유한 시민사회와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 대답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습니다. 국가와 기업은 부자지만 국민은 가난한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했는지 작금의 현실이 그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죠. 소외 계층에 대한 복지 강화와 사회 안전망 확충을 이루고 교육 개혁으로 일자리에 접근할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더 이상 축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자리 4.0이 곧 교육 4.0, 복지 4.0이 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SK텔레콤_필진_송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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