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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칼럼] 기업의 메신저 전략

2017.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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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는 애초 문자메시지(SMS)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메신저를 단순히 이야기를 주고 받는 서비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왜 돈 한 푼 안 되는 메신저에 투자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결국 불확실한 모바일 환경에서 가장 단단한 사용자를 모으고, 이들을 기반으로 각자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넓히는 것이 공통적인 목표다.

하지만 이제 스마트폰과 함께 메신저 시장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도, 옮겨가지도 않는 산업이다. 이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화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작은 비슷해 보이지만 기업마다 각자 메신저를 해석하는 셈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의 메신저 앱은 애초 시작이 메신저 서비스였다. 충성도 높은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붙여 수익을 다각화하는 게 이 메신저 강자들의 전략이다. 이는 모든 플랫폼 서비스의 기본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라인이다. 라인은 직접 게임을 만들지도, 유통하지도 않지만 라인게임이라는 플랫폼은 게임 시장에서 묵직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뿐 아니라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경험들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O2O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택시, 대리운전, 미용실까지 진출하고, 결제를 비롯해 은행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메신저는 이들 기업들에게 사업의 출발점이었지만 이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비즈니스 플랫폼이 됐다. 메신저는 서비스의 로그인을 대체하고,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품는다. 내 메신저 계정 자체가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고, 모든 서비스의 출입문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게 이 방식이다.

 

소셜미디어라는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할까?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소셜미디어로 보고 있다. 자연히 메신저로 노리는 부분도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블로그나 카페처럼 공개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길 원하지만 동시에 친구들끼리만 순간을 공유하고, 1:1로 이야기하길 원한다. 그동안의 소셜미디어는 한 가지 역할에 머물렀다. 페이스북은 피드, 페이지, 그리고 메신저로 그간의 모든 커뮤니티 형태를 흡수했다.

페이스북에게 메신저는 결국 이용자들에게 연속적인 경험을 주는 하나의 수단이자, 차별 점이기도 하다. 결국 그 연결성이 드러나는 것은 계정이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몰라도 그 어떤 연락처보다 확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게 페이스북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애플의 아이메시지도 비슷한 목적을 갖고 있다. 애플에게 메신저는 통신 환경을 iOS라는 플랫폼에 녹이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다. 인터넷 전화인 페이스타임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통신 서비스가 데이터 기반 통신망 위에서 이뤄지는 요즘 상황에서 iOS는 그 자체로 하나의 통신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IT업계의 공룡으로 불리지만 이들에게 메신저는 ‘아픈 손가락’이다. 두 회사는 운영체제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음에도 모바일 시장에서 한 번도 메신저의 주도권을 쥔 적이 없다. 최근 이 두 회사는 IT업계의 다음 발판으로 머신러닝을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을 꼽고 있다. 메신저는 인공지능의 좋은 접점이다. 바로 ‘챗봇’을 접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 두 회사는 지난해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스카이프와 알로 메신저에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를 붙였다. 채팅으로 음식점을 예약하고, 항공권을 끊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챗봇을 통해 더 폭 넓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데이터를 수집, 보완하면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강화하는 밑바탕으로 메신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글|최호섭 ICT칼럼니스트

출처: SK텔레콤 월간 디지털 매거진 CONNECT+ 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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