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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내 일자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나?

2017.04.11 FacebookTwitterNaver

최근 흑인 여성 3명이 1960년대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활약한 내용을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를 보았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기술의 발전과 일자리의 미래’라는 측면에서 유익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1960년대 NASA에는 매우 열악하고 낮은 처우를 받고 있는 흑인 계산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곳에 IBM7080이라는 거대한 컴퓨터가 들어온다. 이를 계기로 NASA에는 조만간 흑인 계산원들이 컴퓨터에 밀려 직업을 잃을 것이란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흑인 여성 계산원들은 조만간 직장을 잃을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보다 못한 이들 계산원들의 리더인 도로시 본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집 근처 도서관을 찾아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Fortran)을 설명한 책을 찾아낸다. 포트란은 IBM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는 설명서였다.

그러나 이 책은 신간이어서 흑인에게는 빌려줄 수 없다는 백인 사서의 쌀쌀맞은 소리를 듣게 된다. 심지어 도서관에서 도로시의 아이들이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쫓겨나오기까지 한다. 그러나 도로시는 몰래 포트란 책을 숨겨서 나온다. 그녀는 그 책을 밤을 새워 공부하고 자신들의 동료들에게도 가르쳐준다.

직업 잃을 위기 처한 흑인 계산원의 대응

이들의 학습 결과는 어땠을까? NASA에서도 거대 컴퓨터를 가동시키지 못해 쩔쩔매는 사이에 이들 흑인 계산원들은 이 컴퓨터를 훌륭히 가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흑인 차별이 만연했던 미국사회였지만 혁신을 추구하던 NASA는 인종차별 대신 흑인 여성들에게도 과감하게 기회를 주었다.

IBM7080의 운영도 맡기고 백인들을 교육시키는 역할도 부여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NASA는 소련과 우주개발 전쟁에서 승리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우주선을 착륙시키는 일대 성공을 거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인공지능(AI)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상현실과 물리적인 현실이 결합되는 4차 산업혁명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매우 불확실하기만 하다. 바로 이때 우리사회에도 ‘도로시’ 같은 인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자리는 물론 동료들의 일자리도 지켜냈다. 사실 이들이 지켜낸 그 일자리는 이전의 작업 방식에서 더욱 진화된 방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 필자의 글에서도 언급했듯 노동자에게 실제 필요한 교육이 제공되지 않는 현실과 필요한 교육을 받았더라도 실제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현실은 도로시가 겪었던 1960년대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도 본다면 노동자들은 생존에 필요한 신기술 활용 교육뿐 아니라 이런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정치적인 투쟁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될 듯싶다. 또 한편으로 이런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혹은 교육의 기회를 쟁취해서 그 성과를 기업과 사회에 분명하게 증명할 의무도 지고 있다.

생존에 필요한 신기술 교육문제 함께 풀어야

다시 도로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당시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했을 때 NASA는 왜 이들의 능력을 믿고 새로운 기회를 주었을까? 그것은 우주개발이라는 대담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누구든 능력이 있으면 학벌, 인종, 성별 등을 차별하지 않고 우주 진출에 놓인 난제들을 풀려고 했던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 변화를 통해 우리사회가 달성하려는 대담하고 매력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우리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근사하게 만들어줄 목표는 무엇일까? 4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우리사회는 기업과 사회의 경제적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노동자 개인의 정신적 성장,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는 행복한 성장의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

물질적 풍요보다 공정한 기회의 풍요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사람을 중시하는 사회를 실현시킬 수 있을까?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되고, 약자와 소수의 의견도 포용하며 전문가 주도가 아닌 사용자, 시민, 노동자의 대화로 기업과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우리사회를 더욱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데 활용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 연구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예측 자료를 놓고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내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를 이뤄내고 대담한 상상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도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인간의 자리를 묻다” 시리즈 기획은 일자리의 미래를 예측하고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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