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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의 미래 일자리와 고용 환경 전반에 대한 논의

2017.05.02 FacebookTwitterNaver

 

‘4차 산업혁명시대, 인간의 자리를 묻다’ 시리즈는 ‘일자리 4.0’ 시대의 도래를 화두로 던지며 시작했다. 그리고 ‘일자리 4.0’의 본질은 무엇인지, 인간의 일자리는 어떤 위기에 맞닥뜨리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지 끊임없이 묻고 탐구할 것을 제안했다. 시리즈 1부 ‘일자리 4.0 현황과 담론’을 마무리하면서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김인숙 박사(KDI 초빙연구위원), 박가열 박사(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박성원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가했다. (이하 존칭 생략)

김인숙: ‘일자리 4.0’이라는 말이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4.0’은 학계, 기업계 등에 도입돼서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자리 4.0’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를 들여다봐야 한다. 4차산업혁명은 2011년 독일에서 처음 등장했다. ‘Industrie 4.0’ 혹은 ‘I 4.0’으로 사용됐다. 독일에서 4차산업혁명의 단초는 제조업 공장설비에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되면서부터다.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같은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Arbeiten 4.0’, 즉 ‘일자리 4.0’이라는 용어다. ‘노동 4.0’으로 부르기도 한다. 압축해서 정의하자면 “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일자리와 고용 환경 전반에 관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박성원: “왜 ‘일자리 4.0’이지? 그럼 1.0, 2.0, 3.0은 무엇이었지?”라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는 일자리 2.0도 논의해 본 적이 없다. 대체로 그런 개념들은 해외에서 직수입 된다. 우리만의 고민과 논의, 문제 접근 방식이 빈약한 것 같아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 4.0’ ‘일자리 4.0’을 화두로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여와 토론 문화는 분명 벤치마킹 대상이다.

박가열: 동의한다. 용어나 현상의 개념 정의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유행처럼 번지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만 해도 이 새로운 어젠다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아직 기업과 정부, 학계의 역할 분담이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자리 4.0’ 문제에 대해 어떻게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와 논의의 마당을 이끌어내려면?

박성원: 해외 민간 재단인 edge.org에는 매년 대담한 질문들이 등장한다. 지난 20여년 간 해마다 이 재단을 통해 가지각색의 도전적인 질문들이 던져졌다. 그리고 질문과 의견을 종합해 미래 트렌드를 내놓는다. 유명 석학들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한다. 미래 연구라는 것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닌 미래 예측 자료를 놓고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내 방향 설정을 하는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내려면 대담한 상상, 질문, 의견 공유, 소통 등이 필수다.

김인숙: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이 정답이다. 독일은 어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할 때 플랫폼부터 만들고 본다. 가령 디지털 주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면 ‘협회(Gesellschaft)’를 열고 거기에 각계각층 사람들이 모여 논의를 하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 초안을 내놓는다. 그리고 정부는 그 내용을 정리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미래 문제에 대해 다같이 논의할 마당이 없다. 특히 나의 일,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모두의 고민일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가 그리는 세계가 어떤 세계이며 사람과 기계의 공존은 어떻게 가능한지, 좋은 디지털 일자리는 어떻게 확보하며 어떤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 등 다양한 화두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마당이 있어야 한다.

박가열: 결국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앞으로 닥쳐올 거센 변화의 바람에 어떻게 대처할 지 고민을 미뤄왔다고 본다. 마치 ‘밀린 숙제’처럼 당장 코 앞의 문제인데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을 만들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 우리가 지금 왜 이런 논의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밀린 숙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질문 던지고 문제해결의 방향 잡아야

김인숙: 일단 플랫폼을 열고 고민을 해결해야 할 당사자들이 다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면 우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다 함께 각자가 바라는 미래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미래를 내가 직접 결정한다는 것,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상상하는 것, 내가 느끼는 ‘일자리 4.0’은 무엇이며 나에게 4차산업혁명의 변화는 어떤 것인지 등 내가 직접 체감하며 자존감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정답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더라도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 플랫폼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받는 것 만으로 의미가 있다. 그것이 쌓여나가는 방향이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이라고 믿는다.

박성원: 덧붙이자면 한국 사회는 ‘규범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특히 2030세대는 더욱 그렇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나의 일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누적된 세대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2030세대들을 ‘공포 세대’라 칭한다. 어릴 때부터 이어진 선행 학습 등 지나친 경쟁이 이 경쟁에서 뒤쳐지면 큰일난다는 공포감에 짓눌려 있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지만 일자리를 찾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했던 5060 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2030 세대는 온통 규범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따라서 플랫폼 구축과 참여는 의미가 있다. 플랫폼에서의 대화는 참가자들의 미래에 대한 자아효능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내가 그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확실성이나 두려움을 해소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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