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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인사이트] 한국영화의 얼굴,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10 몰아보기

2017.09.06 FacebookTwitterNaver

▲ 배우 송강호의 출연작 10개 중 그의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쇼박스

영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소설가 김중혁이 들려주는 놓칠 수 없는 영화 이야기 ‘영화당’ 68회의 주제는 한국영화의 얼굴, 배우 송강호입니다. 송강호 씨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해 올해 연기 인생 20년을 맞았습니다. 송강호 씨는 지난 20년 동안 25편이 넘는 영화의 주연으로 스크린에 등장해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는데요. 오늘은 그의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볼 수 있는 10개의 장면을 뽑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결말 혹은 클라이맥스 관련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음을 미리 양해 바랍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1. <밀정> 최후 재판

▲ 배우 송강호는 <밀정>에서 1920년대 경성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시대적 전체 맥락까지 연기합니다

김중혁: 외국의 가장 잘 만들어진 스파이 영화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있다면 한국에는 <밀정>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파이 영화에서는 국가의 내밀한 사정을 바라보게 하는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 연기를 가장 완성도 있게 한 사람은 송강호 씨가 아닐까 싶어요.

이동진: 영화 초반에 궁금한 것은 인물의 정체인데요.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궁금증이 인물 내면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뀝니다. ‘그 인물의 마음은 왜 흔들리거나 바뀌게 됐을까?’ 이 부분이 송강호 씨와 밀접하게 닿아 있죠. 최고의 장면으로는 역시 최후 재판 장면을 뽑았는데요. 이 장면에서 송강호 씨가 탁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겉으로 내뱉는 말과 실제 본심 이 둘 사이의 괴리를 연기한다는 점입니다.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그 지점이 입체적이고 훌륭해서 이 장면을 보면 그 인물의 모든 것을 대사로 다 알 것 같은 뛰어난 연기입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2. <사도> 뒤주 앞 독백

▲ 영화 <사도>에서 배우 송강호는 왕보다 한 사람의 아버지를 연기합니다

이동진: 두 번째 장면은 사도의 한 장면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기술과 정서가 최적으로 결합한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자식을 죽인 아비로 기록될 것이다. 너는 미쳐서 아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가 ‘심금을 울린다’라는 표현을 쓸 때 ‘금’이 가야금 같은 현이라는 뜻이잖아요. 저는 이 장면이 마음의 현이 ‘톡’하고 올이 나가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그런 느낌을 줘서 영화를 볼 당시 소름이 끼쳤는데요. 송강호 씨 자신만의 음색과 말투로 창조한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영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3. <변호인> 마지막 재판 장면

▲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동진: 세 번째 장면은 변호인에서 뽑아봤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상대 배우가 훌륭하게 연기하기도 했는데요. 곽도원 씨가 여기서 ‘당신은 변호사라는 사람이 국가가 뭔지도 몰라?’라고 물으며 본분에 불을 지르죠. 결국 송강호 씨가 주권재민의 원칙을 이야기하죠. ‘국가가 국민이다’라고 말하는데 그 순간에 보면 로우 키(low key) 조명이에요. 그래서 얼굴에 음영이 강한데요. 그것을 빅클로즈업에 가까운 측면에서 찍어서 송강호 씨 얼굴 자체가 주는 입체감과 힘을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4. <박쥐> 흡혈 장면

▲ <박쥐>에서는 배우 송강호 연기 인생의 가장 파격적인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김중혁: 네 번째 소개해드릴 장면은 박쥐에 있습니다. 태주(김옥빈)를 살해하고 현상현(송강호)이 흡혈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흡혈하는 그 자세가 정말 놀라웠어요. 위에 올라타서 자신의 피와 태주의 피가 순환하게끔 만든 그 자세를 보고 있으면 ‘송강호 씨는 몸도 잘 쓰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동진: 이 영화 속에서 송강호 씨가 탁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현상현’이라는 인물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회문처럼 갇혀 어쩌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인물 내면에 있는 것이 점점 함몰되어서 마침내 마음속에 블랙홀 같은 것이 생긴 캐릭터인데요. 송강호 씨는 그런 블랙홀을 가진 자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처연하고 텅 빈 표정을 연기합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5. <밀양> 교회 오열 장면

▲ <밀양>에서 배우 송강호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리액션 연기를 하지만 그 자체로 영화 전체를 보여줍니다

이동진: <밀양>에서 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리액션’입니다. 그래서 얼핏 봐서는 <밀양>에서 ‘송강호 연기가 뭐가 훌륭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이 영화에서 송강호 씨의 연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제공하고 환경을 제공하는 그 자체로 전체를 감싸는 연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장면 하나를 꼽는 것이 어려운데요. 제가 고른 이 영화의 명장면은 전도연 씨가 오열하는 교회 장면입니다.

아이를 잃고 괴로운 신애가 종교인이 아니지만 마음을 의탁해보려고 교회에 들어가는데요. 신애는 앉자마자 통곡하기 시작해요. 뒤에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관심 있고 사랑한다지만 너무 당혹스럽죠. 영화는 흥미롭게도 신애의 통곡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지 않고 앞에 앉아 있는 신애와 뒤에 앉은 송강호를 같이 보여주는데요. 배우 전도연의 연기를 뒤에서 받아주면서 간절함과 당혹감 사이에서 굉장한 리액션 연기를 보여줍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6. <우아한 세계> 클로징 라면 장면

▲ <우아한 세계>에서 배우 송강호는 가족과의 우아한 삶을 꿈꾸는 이제껏 볼 수 없던 새로운 조폭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김중혁: 먹는 장면도 참 촬영하기 힘들 것 같아요. 먹으면서 감정도 끌어올려야 하고. 제가 최근에 택시운전사를 봤는데요. 주먹밥과 국수를 먹는 장면에서 이 <우아한 세계>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라면을 먹으면서 어느 순간 감정이 올라와서 라면을 TV를 향해 던져버리는 이 장면입니다.

이동진: 송강호 씨는 이 장면에서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싶기도 하고 흐느낌과 탄식에 가까운 울음을 내밷는데요. 그릇을 던진 다음 일단 프레임 아웃이 되고 TV에는 가족들이 등장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고 바닥에는 라면이 널브러져 있는데 잠시 후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라면을 치워요. 치우다가 신경질이 나서 또 걸레를 던지는데요. 이런 부분이 너무 리얼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7. <살인의 추억> ‘밥은 먹고 다니냐?’

▲ ‘밥은 먹고 다니냐?’ 지난 20년, 한국 영화를 통틀어 가장 잊을 수 없는 대사입니다

김중혁: 여전히 많은 사람이 떠올리고 있어서 이 한 줄의 대사가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이 장면을 말하면 대부분 송강호 씨의 슬프지만 분노에 가득 찬, 허무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한 표정을 떠올릴 것 같아요.

이동진: 어떻게 보면 “밥은 먹고 다니냐”가 상대에 대한 멸시처럼 보이기도 하고 연민처럼 보이는 인물의 모든 심리가 담긴 대사잖아요. 놀라운 점은 송강호 씨가 이 대사를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죠. 없었던 대사를 만든 것도 놀랍지만 그 맥락에서 연기했다는 것이 대단한데요. 또한, 사람은 대부분 오른쪽, 왼쪽 눈 크기가 다른데 송강호 씨는 크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송강호 씨 두 눈이 화면에 입체감을 줍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을 모두 포함해서 그 장면이 명연기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8. <복수는 나의 것> 물속 처단 장면

▲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2002년 당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송강호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동진: <복수는 나의 것>은 2002년 당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송강호의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괴작이면서도 걸작인데요. 복수는 나의 것에서도 수많은 연기가 있는데 초반에 동진(송강호)과 후반의 동진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후반부 중 가장 서늘하고 섬뜩하고 무서우면서 처연한 장면이 물속에서 처단하는 장면입니다.

“너 착한 놈인 거 안다. 그러니까 내가 널 죽이는 거 이해하지?” 이 장면이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여기서 송강호 씨는 상대방 류(신하균)의 눈을 마주치지 않아요. 왜냐하면 자신도 죽이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죽일 수밖에 없으니까 눈을 못 보다가 마지막에 ‘이해하지’라고 할 때 정면을 봅니다. 류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그 자신도 상대방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는데요. 이 모습을 끝까지 보는 것이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로 연기합니다. 그러면서 벌벌 떨면서 죽음을 응시하는데 이 장면에서 송강호 씨의 연기가 정말 굉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9. <공동경비구역 JSA> 초코파이 장면

▲ 배우 송강호의 다양한 얼굴을 알 수 있었던 <공동경비구역 JSA>입니다

김중혁: 송강호 씨가 수많은 연기를 했는데 저는 밉게 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괜히 밉게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송강호 씨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소시민적이고 내성적이어서 그런지 미웠던 적이 없었어요. 특히 이 영화에서 송강호 씨는 북한군을 연기하는데요. 북한군을 연기할 때 수많은 선택지가 있을 텐데 여기서 굉장히 구수한 삼촌처럼 연기하잖아요. 그 톤 자체가 탁월했던 것 같아요.

이동진: 이 영화에서 한 장면을 꼽아보자면 ‘초코파이 장면’인데요. 오중사(송강호)가 초코파이를 너무 좋아하잖아요. 오중사가 초코파이를 먹고 있는데 이 병장(이병헌)이 “형! 안 내려올래?”라고 살짝 돌려서 이야기합니다. 그럴 때 오중사가 씹고 있던 초코파이를 꺼내 손에 든 채 일갈하죠.

“내 꿈은 말이야,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야” 이 장면을 보면 송강호 씨가 정말 뛰어나게 연기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면서 이게 또 정색하는 연기인데요. 뱉었던 초코파이를 다시 입에 넣습니다. 그리고 말을 돌리죠 “그때까진 어쩔 수 없이 이 초코파이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어” 한 장면 안에서 분위기 전환까지 완벽한 연기죠.

송강호 최고의 연기 Best 10. <넘버3> 중국집에서 연설

▲ 마지막 장면은 많은 분이 지금까지 기억하는 영화 <넘버 3>를 안 꼽을 수 없습니다

“최영의라는 분이 계셨어. 최영의! 전 세계를 떠돌면서 맞짱을 뜨신 분이지. 그 양반이 황소 뿔도 여러 개작살 내셨지. 그 양반 스타일이 이래 딱 소 앞에 서면 말이야, 너 소냐? 너 황소? 나 최영의야, 그리고 그냥 소뿔 딱 잡아!”

이동진: 이 장면이 다시 봐도 감탄스러운 장면인 이유가 언제 말을 더듬을지 언제 리듬을 끊을지 언제 가속할지 언제 물을 마실지 이런 것들이 너무 뛰어나게 느껴지기 때문인데요. 이 장면은 실제로 원테이크로 찍었어요. 하나의 긴 롱테이크로 찍었는데 그 롱테이크 속에서 사실상 배우 혼자 다 하는 거예요. 그야말로 배우 혼자 보여줄 수 있는 연기력에 가장 뛰어난 테크닉을 보여준 최상급의 코미디 연기죠.

‘한국 영화의 얼굴 송강호라는 바다’를 주제로 배우 송강호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10개의 장면을 뽑아봤습니다. 배우 송강호를 통해 지난 20년간의 한국 영화를 돌아본 기회였는데요. 이 영화들은 모두 B tv에서 보실 수 있으니 원하는 영화를 골라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 본 콘텐츠는 B tv의 콘텐츠를 재구성했습니다.

▲ [이동진, 김중혁의 영화당] #68. 한국영화의 얼굴 “송강호”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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