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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선택한 세상을 바꿀 기술, 테그웨이 이경수 대표

2017.09.13 FacebookTwitterNaver

▲ 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만난 테그웨이 이경수 대표

가상현실(VR) 속에서 움직이고, 물건을 만지고, 대화를 나누며, 게임을 하는 상상을 해보셨나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제작 중인 공상과학소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에서라면 가능한 장면입니다.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VR이 상용화된다면 세상은 상상처럼 바뀔지도 모릅니다. VR을 통해 시각,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을 비롯한 오감을 모두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테그웨이(TEGWAY)는 VR이 상용화될 세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촉각’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연열전소자*’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뜨거움과 차가움, 아픔 등의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제품 ‘서모리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테크웨이의 기술은 비단 VR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닙니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사람의 체온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배터리 없이도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테그웨이는 2015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칠 혁신적인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트위터와 3D프린터, 드론 역시 같은 상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렇게 놀라운 기술을 보유한 테그웨이의 이경수 대표를 만나서, 그의 도전적인 삶과 신기술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유연열전소자’란?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열전소자’를 유연(flexible)하게 만든 기술.

우리는 인류의 삶을 바꿀 기술을 만듭니다

SKT Insight: 안녕하세요. 대표님! 사무실에 게임기가 있네요. 이것은 무엇인가요?
이경수: 네.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때 온도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게 만들어주는 ‘온도실감장치’, 서모리얼이에요. 예를 들어 얼음물에 푹 빠지는 영상을 볼 때, 이걸 손에 쥐면 차가운 느낌이 훅 올 거예요. 폭발 장면을 본다면 뜨거운 온도를 경험할 수 있고요. 생생한 현장감과 몰입이 가능하겠죠.

▲ 테그웨이의 ‘온도실감장치’ 서모리얼을 사용해 폭발 영상을 보는 모습

SKT Insight: 2015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대상을 받으셨죠?
이경수: 네. 유네스코가 테그웨이의 핵심 기술인 ‘유연열전소자’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 같습니다. ‘유연열전소자’는 전원이 없이도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신기술입니다. 기존의 딱딱한 것을 유연(flexible)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전세계에서 테그웨이가 최초로 개발했고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SKT Insight: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경수:
예를 들어 전력발전소가 없는 아프리카에서 전력 공급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 제품을 화덕에 붙이거나, 몸에 붙여서 전기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SKT Insight: 이 기술은 어떻게 탄생했죠?
이경수: 조병진 KAIST 교수팀은 유연열전소자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어요.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던 찰나, 조 교수가 메탈 시계줄을 보고 착안했습니다. 딱딱한 재료라도 작은 조각으로 이어 붙이면, 구부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죠.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죠? 굉장히 쉬운데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생각이었어요.

▲ ‘유연열전소자’를 이용한 테그웨이의 브랜드 서모리얼

연구소 뛰쳐나와 창업에 도전하기까지

SKT Insight: 대표님의 이력을 보면 도전적인 삶을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금속공학 전공, 재료공학 석박사, 창업 후 회사 매각,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 겸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테그웨이의 대표를 맡고 계시죠.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이경수: 사실 과학자랑 엔지니어는 굉장히 다른 직업이에요. 과학자는 돈이 아니라 사실을 좇고 찾아내는 직업인 반면, 엔지니어는 과학자들이 찾아낸 사실로 가치를 창출해내는 직업이죠. 저는 국가의 도움으로 공부를 했어요. 카이스트에서 장학금을 받아가며 공부했고, 늘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연구소에서 9년을 일했는데, 과연 나는 어떤 가치와 이익을 만들었던가 생각해보니 막상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전문적인 논문을 몇 편 썼어도 새로운 이익을 만들어내진 못했죠. 몇몇 동료들을 꼬셔서 데리고 나와 회사를 만들었어요. 연구소를 그만 둔 것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다행히 회사는 성공했고 나중에 매각했죠. 그때 돈을 좀 벌었어요. ‘이젠 은퇴하고 놀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경수 대표

SKT Insight: 놀지 않으셨군요.
이경수: 네. 예전에 일본 미야자키 현 지사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현 지사가 지역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협회장들을 초청한 자리였어요. 저는 마침 대덕밸리벤처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었죠. 그때 뵌 현 지사는 80대 중반의 노인이었는데도 안광이 느껴지더라고요. 자세 하나 흐트러짐 없이 깍듯이 인사하면서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고 하시는 모습이, 40대 초반의 저에게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은퇴가 아니라, 본게임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SKT Insight: 대표님의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하시는 일과 비슷한가요?
이경수: 중고등학교 시절엔 수학과 물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늘 그 분야를 좇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에선 공학을 선택했죠. 하지만 점차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우선 먹고 살기에 바빴습니다.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석사도 하고 박사도 했죠. 하지만 ‘이건 아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어요. 세상의 압력에 의해서 사는 건 아닌 것 같다고요. 연구소에서 나와서 국가 R&D를 기획하는 조직에서 일을 했습니다. 잠시 외도를 했죠.

SKT Insight: 그렇다면 그 이후에 회사 경영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경수: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을 보게 됐죠. 막무가내로 기술 개발을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회사에 가서 제가 직접 돕는 게 국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회사를 소개시켜달라고 선배한테 물어보고 다녔는데요. 예전에 선배가 프로젝트에서 얻었던 좋은 아이디어를 제게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SKT Insight: 대표님에게 테그웨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이경수: 저는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앞선 기술을 따라잡는 입장(Fast follower)이었다면,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는 입장(First mover)이 되어야죠. 지금껏 우리나라는 남들이 만든 산업에 뛰어들어 일등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반도체가 그랬고, AI와 VR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산업이 없죠. 테그웨이의 기술은 시장을 선도할 만한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는 그림을 인식해 뜨거운 온도를 전달하는 서모리얼의 기술

SKT Insight: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지치거나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이경수: 저는 어렸을 때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어떻게 보면 바닥을 경험해본 사람이거든요. 사람이 망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에 실패가 크게 두렵지는 않아요. 지금도 사업을 하면서 항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바닥의 삶이라도 먹고는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서모리얼 제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이경수 대표

SKT Insight: 어떤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세요?
이경수: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본 사람이에요. 제 인생의 목표는 우리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존경한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 제 아이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면, 제 인생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SKT Insight: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이경수: 취업으로 고민하는 조카에게 했던 말이 있어요. “왜 여기서 솔루션을 찾으려 해? 내가 만약에 너라면 배낭을 메고 아프리카를 가든 서남아시아를 가서 거기에 가서 개척해볼 것 같아.” 저 같으면 우리나라에서 영어권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듯이 그쪽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돈을 벌고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비즈니스를 찾을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밖으로 나가보라고 얘기했죠.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오픈 콜래보레이션

SKT Insight: 유네스코가 주목한 테그웨이, 현재 SK텔레콤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계시죠? 스타트업을 경영하시면서 큰 기업의 지원도 받으셨는데, 우선 SK텔레콤의 지원을 받게 된 계기를 알려주시겠어요?
이경수: 굉장한 우연이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고 사무실을 구하던 중, SK텔레콤이 대전지역에서 지원하고 있는 ‘벤처육성프로그램’ 포스터를 봤거든요. 바로 지원했고 드림벤처 1기로 선정됐죠. 덕분에 양질의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받았고, SK텔레콤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통해 비즈니스로 연결될 만한 곳들을 소개받았습니다.

SKT Insight: 어떤 식으로 지원이 이뤄졌어요?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해요.
이경수: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여했어요.  SK텔레콤은 테그웨이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어요. 그곳에서 저희는 SK텔레콤 부스 안에 테그웨이의 전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죠.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저희처럼 조그마한 회사가 단독 부스를 냈다면 그만큼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때 경험 덕분에 지금은 게임쇼 데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SKT Insight: 스타트업 경영자로서, 대기업과의 협력 관계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셨군요.
이경수: 축구팀을 꾸리더라도 뛰어난 수비수와 공격수를 뽑아서 이기도록 만들잖아요. 대기업은 공격팀이에요. 전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과 세일즈를 하고 있기에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죠. 반면 스타트업은 너무 작은 조직이다 보니 전세계를 상대할 여력이 없어요. 만약 스타트업의 새로운 콘셉트와 신기술, 그리고 대기업의 마케팅 능력 이 두 가지가 결합된다면 기가 막힌 비즈니스 모델이 모델이 탄생할 수 있죠!

SKT Insight: 70살에 대표님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이경수: 저는 은퇴 나이를 80살로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10년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계획입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일본 미야자키 현 지사를 보고 저도 80살까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잖아요. 저는 지금 58살이에요. 60대 중반까지는 테그웨이에 전념할 예정이고요. 이후에는 지금까지의 경험 지식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여러분이 새로운 일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젊은 분들이 앞에 나설 때 뒤에서 서포트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10년 동안 하고 싶어요. 마지막 10년은 자원봉사로, 기업인들이 더 잘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진. 전석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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