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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불신 없는 사회를 꿈꾸다

2017.09.21 FacebookTwitterNaver

▲ 당신은 오늘 만난 사람 중 몇 명이나 믿을 수 있나요?

‘신뢰 없는 사회’. 최근 우리 사회는 한 마디로 이렇게 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면 달걀에서는 살충제가 검출되고, 다달이 쓰는 여성용품에서는 유해물질이 나옵니다. 좀 더 가까운 일상에서는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사기 매물이 아닐까 걱정하고, 중고거래를 할 때마다 상대방이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하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발행한 각종 인증과 보증서로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는데요. 온라인 은행 업무를 볼 때마다 사용하는 공인인증서와 같이 번거로운 증명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이 증명도 한우라고 위장하고 수입고기를 쓰는 식당과 같이 쉽게 위조되거나 변조되기 일쑤입니다.

이 같은 위변조 걱정 없이 금융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바로 비트코인 기반의 기술 ‘블록체인’입니다. 종교적인 선함으로 모두를 믿는다는 걸까요? 아닙니다. 모든 참여자가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가정하고, 심지어 각종 인증기관의 신뢰성도 부정합니다. “아무도 믿지 말라”고 외치지만,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절대 위변조될 수 없는 체계, 블록체인이 만들어갈 새로운 ‘불신 없는 사회’를 소개합니다.

블록체인,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

▲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각 사용자가 병렬적으로 동등하게 연결되는 P2P 구조입니다

블록체인이 열게 될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원리를 이해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로, 은행 등의 중앙 기관을 거치지 않고 생태계의 참여자들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분산형 네트워크입니다. 토렌트나 당나귀와 같은 P2P(Peer to Peer) 서비스를 생각해 보세요. 모든 자료를 자료방에 모으는 방식이 아니라, 서비스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서로 저장된 자료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각각의 사용자가 공개키(Public Key)를 일종의 수신주소(계좌번호)로 하여 직접 거래를 진행합니다.

거래가 진행되면 기록은 블록(block)으로 만들어져 기존 거래 기록(chain)의 끝부분에 저장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네트워크 내의 모든 참여자가 생판 모르는 다른 참여자의 거래를 보증한다는 겁니다. 바로 모든 사용자의 장부가 시스템 내의 모든 거래내역을 암호화해서 기록하기 때문인데요. 블록체인이 분산 장부(분산 원장, Distributed Ledger)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참여자들의 장부는 서로 기록된 내용을 대조하는 작업 증명(Proof-Of-Work) 과정을 통해 거래를 승인합니다. 이렇게 모든 거래가 공개되고, 거래 내용은 위조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의 이익은 무엇일까요?

블록체인, 그래서 이익이 뭐야?

▲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거래가 일어나고 P2P 방식으로 승인되는 형태. 출처: 나카모토 사토시의 연구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

블록체인의 몇 가지 장점을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위조 시도? 자동으로 무효가 된다
송금받은 거래 내용을 지우고, 또다시 거래대금을 받는 다거나 혹은 은행 시스템을 해킹해서 내 계좌에 100억 원이 들어오게 하는 일은 모두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거래 내용을 지우려면 동시에 전체 참여자 중 50% 이상의 장부를 변조해야 때문이죠. 장부를 보관하는 중앙은행이 따로 없으니, 한 곳을 해킹해서 내용을 바꿀 수가 없습니다.

만약 한 장부의 블록체인 기록을 지우면 어떻게 될까요? 블록체인이 서로를 대조하는 방식이면, 다른 장부에도 똑같이 반영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블록체인은 ‘긴 것이 진짜’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긴 체인의 내용이 다른 장부에 반영되면서, 위조 시도는 자동으로 무효가 됩니다. 물론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도 한 사용자의 개인 키(Private Key)를 알아낸다면 남의 돈을 쓰는 건 가능합니다. 남의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면 돈을 인출한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중앙시스템이 공격당할 걱정은 없으니, 훨씬 안전한 시스템이 아닐까요?

2. 대규모 개발과 제휴가 불필요하다
기존 금융시스템에서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과 제휴가 필요했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으려면 수많은 가맹점을 확보하고 그들의 정보를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은 모든 식당과 카페에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고, 사업주들은 대금을 특정 계좌로 받는 시스템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 구축에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그 비용은 그대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이용할 경우 중간자 없이 개인의 공개키로 바로 거래가 가능하니, 더 저렴하고 간편하게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더 저렴하고 빠른 거래
블록체인 거래에는 중간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중간자의 시스템을 거칠 필요가 없어 추가적인 수수료도 필요 없으며 복잡한 절차도 필요 없습니다. 해외 주식 거래처럼 여러 기관을 거쳐 며칠씩 걸려 승인이 일어나고, 내 손에 주식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 한 마디로, 비용은 절약하면서 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 언제, 어디서라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의 거래 내역은 모든 사용자에게 공유됩니다. 사용자들은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라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확장성이 높다
전자화폐의 기반 기술이지만 블록체인에는 어떤 데이터라도 기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계약 내용, 물건의 역사 등 다양한 정보들 모두 블록체인으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신뢰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런 높은 확장성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

▲ 블록체인은 높은 확장성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1. 금융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금융권에서의 활용입니다. 뒷단에서 수많은 중간자를 거쳐야 하고, 중간자끼리 서로의 정보를 대조해 한번에 정산이 일어나야 해서 거래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 활발히 쓰일 수 있는데요.

미국의 장외주식시장 ‘나스닥(NASDAQ)’은 기관이나 전문투자자들을 위한 시장인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ASDAQ Private Market)’에서 블록체인 기반 거래를 시행해 거래 시간을 크게 단축했습니다. 기존 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전산화되지 않아 매매계약들이 수작업으로 이뤄졌고, 거래마다 일일이 변호사의 승인도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서명과 체결, 대금 정산이 동시에 이루어져 현재는 10분이면 거래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의 블록체인 컨소시엄인 ‘R3CEV’를 들 수 있습니다. R3CEV는 금융서비스 스타트업 R3가 운영하는 협의체로, 해외송금, 보안 인증, 주식거래, 무역 등 다양한 분야의 블록체인 적용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바클레이즈 등 전 세계의 유명 금융기업이 이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16년에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가입했습니다.

2. 계약(Smart Contract)
사실 이 글의 제목에서처럼, 블록체인이 가져올 가장 큰 기회는 ‘신뢰’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는 계약을 자동화하고,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합니다. 중간자에게 주는 수수료를 아낄 뿐만 아니라, 대금을 지불해도 물건을 받을 수 없는(중고 사이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등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죠.

프리랜서 디자이너 A가 기업 B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용역 대금을 받는 경우를 예로 들겠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삽입돼 있다면, A가 작업 완료 후 확인받은 결과물을 B에게 넘기는 순간 보수가 자동으로 지급됩니다. 동시에 용역 결과물의 저작권은 B에게로 넘어갑니다. 이 과정에서는 변호사도, 에스크로 서비스(전자상거래 시 제3자가 결제대금을 보유하고, 상품 배송이 끝난 후 판매자에게 이체해주는 중개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고, A와 B 모두 서로를 믿을 수는 없지만 거리낌 없이 그런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으로는 상습 사기꾼과도 거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블록체인은 금융과 신용 관련 산업 외에도, 유통, IoT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3. 유통/소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용자가 확인 가능한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용하면,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까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중국 월마트는 칭화대, IBM(블록체인 플랫폼이자 하이퍼레저 패브릭의 개발사)과 함께 식품이력 추적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용 식품은 돼지고기. 중국 월마트는 몇 년간 ‘짝퉁 돼지고기’ 판매로 구설에 오른 바 있습니다. 때문에 돼지 사육 및 도살부터 가공 및 유통까지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최근 유럽부터 국내까지 전 세계를 뒤흔든 살충제 달걀과 E형 간염 소시지 파동을 타고, 이와 같은 유통에의 블록체인 도입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돌(Dole), 네슬레(Nestle), 유니레버(Unilever) 등 제조 및 유통업체들이 IBM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이력이 공개되면, 최근 온갖 사건으로 인한 케미포비아(Chemiphobia)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요?

4. 미래를 향하는 블록체인
매번 선거철마다 부정투표 논란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투표에 이용하면 어떨까요? 투표 내용이 위변조될 가능성이 없고, 취합도 즉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으니 투표소 설치 및 운영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몸이 불편해서 투표하러 가기 어려운 분들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진정한 의미의 ‘전자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는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미국 유타주 공화당이 대선후보 선정 시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를 했고, 국내에서는 경기도가 2017년 초 따복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 선정심사에서 시행한 바 있습니다.

다가오는 공유경제 시대에도 블록체인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렌터카, 숙박 등 동시다발적인 자원 이용이 필요한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인증 절차도 필요 없으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예약을 수시로 정리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나아가 모든 정보가 블록체인으로 기록되어 서로 호환되고, 쉽게 결제와 연결된다면 IoT(사물인터넷) 시대를 위한 밑그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상상해 보세요. 냉장고는 우유가 없는 것을 알고 근처 마트에 자동으로 접속합니다. 최근 광우병이 발생한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은 우유를 인식해 구매합니다. 공인인증서나 앱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으로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 상상해 보세요. 블록체인이 열어갈 미래

물론 블록체인에도 태생적인 문제들은 있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기록을 모두 보관하다 보면 네트워크 용량은 금방 부족해질 것이고, 속도는 느려질 것입니다. 또, 블록 승인 방식은 거래의 마무리 시기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블록체인으로 기록된 정보의 종류에 따른 이슈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기록이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된다면 그 또한 문제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을 개발 중입니다. 거래 확정 시기를 사전에 블록 승인 몇 회로 협의하고, 거래를 마무리하는 권한을 가진 노드(node)를 보유한 블록체인도 있습니다. 어떤 블록체인들은 권한을 모든 사용자가 아니라 일부에게로 제한하기도 합니다. 또 일각에서는 어떤 정보를 블록체인상에 기록하고, 그러한 정보들을 연결 및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기회는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블록체인이 열어갈 ‘불신 없는 사회’의 고민과 가능성, 모두 여러분의 몫입니다.

 

글. 스웨이드 킴(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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