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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피커 시대를 맞아 재조명 받는 오디오 콘텐츠

2017.10.10 FacebookTwitterNaver

▲ “Video Killed The Radio Star – Buggles 앨범 표지

1981년 최초의 음악 전문 채널인 MTV가 개국하면서 처음으로 방영한 뮤직비디오는 인기그룹 버글스(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습니다. 음악 감상, 인기 밴드의 인터뷰, 그리고 새로운 음반에 대한 정보를 라디오가 아닌 TV를 통해, 귀가 아닌 눈으로 얻게 되는 시대를 선언한 것입니다.

음악 서비스는 디지털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로 변화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 청취자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중요한 방송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운전자에게 라디오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현재 라디오는 미디어 매체로서의 가치가 크게 줄어들었는데요. 2000년대 이전까지 거리에 라디오 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운 것이 어색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거리 어디에서도 라디오를 틀어주는 상점은 드뭅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를 통해 인기가요를 틀어 놓을 뿐이죠. 라디오 방송을 포함한 오디오 콘텐츠들이 스마트폰 시대를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꾀하며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인공지능 스피커 기기가 출시되면서 또 한번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팟캐스트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의 시대가 개화되었다

▲ 오디오 온디맨드 시대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만을 골라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의 필수품으로서 늘 지니고 다니는 단말입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 SNS, 음악, 동영상 등 킬링타임을 위한 여러 서비스들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라디오 기기가 없어도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라디오를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만을 골라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온디맨드(On-Demand)’ 시대를 열었습니다. 라디오 청취에 있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극복된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팟캐스트(podcast)’라는 또 다른 오디오 콘텐츠 청취 방식을 등장시켰습니다. 물론 팟캐스트는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팟(iPod)을 통해 먼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인기몰이를 한 것은 아이폰, 즉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입니다.

팟캐스트는 라디오로 국한되었던 오디오 콘텐츠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세계인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 중 일부 개인 제작자는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인기 라디오 DJ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팟캐스트가 다루는 방송의 내용도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에 맞춰 기존의 라디오 방송사들도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로서 청취자들은 여러 개의 방송을 듣기 위해 각각의 방송사가 제공하는 모바일 앱을 전부 설치해야 했던 불편함도 없어졌습니다. 이는 OTT(Over-the-Top)라 부르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전문 동영상 제작업체가 아닌 아마추어들이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던 ‘유튜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동영상 제작업체들이 유튜브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유튜브 외에도 푹(pooq)이나 티빙(tving), 옥수수(oksusu), 그리고 해외에서는 넷플릭스(Netflix)나 훌루(hulu)와 같은 전문업체들의 서비스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팟캐스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시작되었던 ‘나는 꼼수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부터입니다. 이후 인기 연예인인 송은이와 김숙의 ‘비밀보장’과 같은 히트작이 나올 정도로 정치 시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의 팟캐스트가 인기몰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팟빵’, NHN의 ‘팟티’, 그리고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등 여러 팟캐스트 서비스가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AI 스피커의 등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오디오 콘텐츠

▲ AI 스피커 누구에서는 음성 명령으로 쉽게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다

SK텔레콤(이하 SKT)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네이버의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미니’, 그리고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각 제품의 구체적인 형태와 일부 기능에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동일합니다. 음성인식을 통해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걸맞게 음악재생이나 날씨, 교통정보, 뉴스 등 다양한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하고 IoT 단말을 작동시키는 것이죠. 즉, AI 스피커는 ‘음성’을 매개체로 작동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디오 콘텐츠와는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대부분의 AI 스피커에서는 “뉴스를 말해줘~”를 통해 간단한 뉴스 브리핑을 들을 수 있고, 라디오 방송은 물론 팟캐스트와 오디오북도 들을 수 있습니다. SKT 누구에서는 간단한 음성명령으로 연합뉴스의 브리핑을 들을 수 있고, 팟빵의 팟캐스트도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해 아마존 에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뉴스 청취 기능은 타이머 설정(85%)과 음악재생(8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66%의 이용률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AI 스피커에서 오디오 콘텐츠를 상당히 즐겨 이용한다는 겁니다.

라디오 방송사, 그리고 신문사는 AI 스피커를 새로운 콘텐츠 유통 경로로 인식하여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의 라디오 전용 수신기 보유율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AI 스피커가 새로운 청취 단말로서 이용자기반을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KISDI가 지난 2016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2년에 라디오 전용 수신기를 보유한 가구비중은 39.9%였는데, 2016년에는 21.3%로 감소했습니다. 가정에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전용기기는 줄어들고 있지만, 주문형으로 콘텐츠 이용이 가능한 AI 스피커 보급률이 늘어난다면 방송사에는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입니다.

한편,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음성 합성 기술도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색한 기계음의 목소리가 아닌 실제 사람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텍스트만 있다면 전문 성우를 기용하지 않고도 각각의 업체들이 제공하는 음성합성 기술을 이용해 훨씬 쉽게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기 연예인의 목소리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네이버는 이미 2016년 8월 배우 유인나의 음성을 합성한 오디오북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오디오 콘텐츠 제작의 장벽이 크게 낮아졌지만 좋은 음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마이크와 방음벽이 설치된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제 음성합성 기술의 등장으로 이러한 장벽마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오디오 콘텐츠 제작자가 등장하고 콘텐츠 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렉티브 오디오 게임의 시대가 온다

▲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진행상황과 결말이 달라지는 오디오 게임도 등장 중

‘응답하라 1988’에서는 주인공들이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로 엽서를 보내 DJ 이문세씨가 읽어주기를 기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피드백을 받는데 길게는 몇 주나 걸리는데도 말이죠. 이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라디오앱에서는 실시간으로 의견이나 사연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팟캐스트에서도 일부 방송은 생방송을 추진하면서 이용자들의 실시간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AI 스피커 시대를 맞아 오디오 콘텐츠는 일방향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이용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터렉티브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AI 개인비서인 알렉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앱이라 할 수 있는 ‘알렉사 스킬(Alexa Skill)’ 중에는 스무고개 문제나 퀴즈쇼와 같은 스킬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한층 더 발전한 콘텐츠도 있습니다.

해외 시리즈물 책 ‘끝없는 게임’에서는 페이지 중간중간에 독자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15페이지에 독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몇몇 선택지를 제공하고 A라는 선택을 하면 20페이지로, B라는 선택을 하면 30페이지로 이동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하나의 결말이 아닌 선택에 따라 서로 달라지는 여러가지 결말을 제공하여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냅니다. PC나 모바일 게임에서도 이런 방식을 도입한 ‘멀티엔딩(multi-ending) 게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양방향성이 강조된 콘텐츠가 AI 스피커 시대를 맞아 새로운 오디오 게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2월 등장한 헌트워크닷넷(Huntwork.net)의 ‘마법문(The Magic Door)’은 마법과 요정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수수께끼를 풀고 아이템을 획득하여 상품도 받을 수 있는 오디오 게임입니다. 영국의 BBC는 올해 말 에코와 구글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오디오 드라마 ‘검사실(The Inspection Room)’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AI 스피커 시대를 맞아 오디오 콘텐츠가 게임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어린이의 답변을 분석하여 학습수준에 맞추어 학습방식을 다르게 제공하는 영어 등의 교육용 오디오 콘텐츠도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디오 콘텐츠가 AI 스피커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 것입니다.

AI 스피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오디오 콘텐츠가 더욱 늘어난다는 것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스피커를 제공하는 AI 플랫폼업체 입장에서도 이용률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기에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AI 플랫폼업체들은 이 때문에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더 많은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익을 낼수 있는 지에 대해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아직 불법복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음악과 동영상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그러나 일부 오디오북을 제외하면 오디오 콘텐츠의 경우 무료로 이용한다는 인식이 너무나 강합니다. 사실 현재 광고 이외의 뚜렷한 수익모델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얼마나 더 개인화되고 정교한 광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광고 이외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여부가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콘텐츠 업체들의 수익화를 잘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AI 플랫폼 업체, 즉 AI 스피커 업체들에도 상당히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오디오 콘텐츠는 AI 스피커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동차에서의 라디오 청취율이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통신기능을 갖춘 커넥티드카가 늘어나면서 오디오 콘텐츠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귀로 듣고, 말로 명령을 내리고, 또 다시 음성으로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그리고 어떤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앞서갈 것인지를 지켜보는 일은 앞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 투혁아빠(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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