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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만화가, 이정문 화백 인터뷰

2017.10.20 FacebookTwitterNaver

▲ 5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 만화를 들고 환하게 웃는 이정문 화백

만화 ‘심술통’으로 널리 알려진 이정문 화백(76)은 최근 CF모델로 데뷔했습니다. SK텔레콤(이하 SKT)의 캠페인 영상, ‘어느 화백의 꿈’을 보셨다면 낯익을 얼굴입니다. 이정문 화백은 1965년에 21세기를 상상하는 만화를 그렸습니다.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가 바로 그 만화입니다. 이 만화에는 소형 TV전화부터 전기자동차, 무빙워크, 청소하는 로봇이 등장하는데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만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 믿기시나요?

이정문 화백은 미래를 그립니다. 쌀알을 던지며 점치지 않아도, 작두를 타지 않아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던 그의 원천은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하기를 즐겼고, 과학 뉴스를 50년 간 주의 깊게 살펴본 덕분입니다. 이정문 화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그의 상상력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해서 말입니다. 궁금하시다면, 지금부터 함께 하시죠!

내 눈을 바라봐 넌 미래를 보고! 앞을 내다보는 SF만화가의 탄생

▲ 이정문 화백의 1965년 작품,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

SKT Insight: 화백님이 1965년에 그리신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를 보면 2000년대를 예측한 생활상이 나옵니다. 소형 TV전화, 태양열 집, 전파신문(인터넷 신문), 전기자동차, 움직이는 도로, 청소하는 로봇, 원격 의료 진료 등. 적중률이 어마어마한데요. 수학여행을 달나라로 가기, 빼고는 대부분 다 실현됐잖아요. 30년 후를 어떻게 정확하게 예측하셨어요?
그 만화를 보시면 ‘소형 TV전화’가 나올 거예요. 그땐 마침 우리나라에 흑백TV가 보급되고 레슬링 선수 김일이 흥행하고 있었거든요. 어릴 때 봤던 군 부대용 무전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이 무전기에 TV를 붙이면, ‘소형 TV전화’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어때요?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TV를 보잖아요.

SKT Insight: ‘수학여행을 달나라로 가기’ 같은 상상에선, 10대 소년의 천진한 상상이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화백님의 만화에 표현됐나요?
그럼요. 어릴 적 밤하늘을 올려다 볼 때면, 저 먼 은하수까지 가보고 싶었어요. 그 시절 서울 하늘은 보통 깨끗한 게 아니었죠. 손오공처럼 별과 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 좋겠다는 꿈을 꿨으니까요. 하지만 10살 때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꿈꿀 겨를도 없이 돈을 벌어야 했어요.

▲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정문 화백

SKT Insight: ‘원격 진료’도, 전쟁을 겪으면서 상상했던 것인가요?
그땐 동네 의원이 거의 없었어요. 아프면 집에서 그냥 앓는 거예요. 아주 아프면 의원에서 의사를 불러야 했어요. 그런데 의사를 부르는 왕진료가 얼마나 비쌌는지 몰라요. 의료보험도 없어서 아프면 죽어야 했던 시절, 소아마비도 예방할 수 없던 시절을 지나오면서, 원격 진료를 만화에 그려 넣었어요.

▲ 이정문 화백이 사랑하는 캐릭터, 심술통

SKT Insight: 어린 시절 전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다고 들었어요. 구두닦이로 돈을 벌고, 사회 하층민으로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질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셨죠? 화백님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그리고 그것은 만화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어요?
당시에는 지게꾼이 제일 좋은 직업이었지만,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직업은 구두닦이나 신문팔이였어요. 저도 구두닦이로 일했죠. 하지만 바닥에 앉아서 구두를 닦다 보니 최하층으로서 불이익을 많이 당했어요. 어린 마음에도 상처가 났을 만큼이요. 만화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못된 사람들에게 심술로 갚아줘야겠다 생각했고, 만화 ‘심술첨지’가 1959년에 나왔습니다. 그리면서 대리만족이 되는 행복한 만화였어요.

▲ 상상력의 원천, 50년 간 모은 스크랩북을 보여주는 이정문 화백

SKT Insight: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사회 만화가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 SF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대학교(경희대 상학) 2학년 때 속초로 무전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봤어요. ‘미국의 글렌 중령이 유인 탐사선을 타고 우주에 갔다가 돌아왔다!’ 이걸 보고 앞으로 우주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고, 나의 공상을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다만 ‘심술첨지’가 우주로 날아갈 수는 없으니 다른 계통의 만화를 그린 것이죠. 사실은 예측을 이뤄냈다기 보다는, 끊임없이 상상하며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한 거예요. 그렇다면 똑똑한 누군가가 이 만화를 보고 진짜로 만들어 줄 테니까요. 만화 ‘철인 로봇 캉타우’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깡다구’라는 어원에서 제목을 따왔어요.

SKT Insight: 철인 로봇 캉타우, 이것만큼은 괜찮다고 자랑하고 싶은 상상력이 있나요?
철인 로봇 캉타우는 화학 연료가 아닌 청정에너지 번개를 에너지원으로 삼는 로봇이에요. 지구상에서는 하루에도 5만 개의 번개가 떨어진다니까 에너지가 얼마나 무한정이겠어요. 태양열 못지않게 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이 번개입니다. 순간적으로 1억 볼트의 에너지를 낸다고 하지요? 현재 기술로는 그 에너지를 잡아낼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거라고 믿어요

앞을 내다보는 비결, 그것은 끝없는 상상력!

▲ ‘2035년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5G가 이루어지는 세상’을 예측한 이정문 화백

SKT Insight: 미래를 예측하는 화백님만의 노하우가 궁금해요. 아이디어 북에 틈나는 대로 적어두신다면서요?
네. 나중에 생각하려고 하면 잊으니까, 생각이 번뜩 떠오를 때 기록을 해둬요.

SKT Insight: 예를 들면 어떤 것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나요? 아이디어 북에 써놓은 것이 실현된 것이 있었나요?
많이 나왔죠. ‘소형 TV전화’도 메모에서 시작됐죠. 예를 들면 제 앞의 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어요. 전기 포트가 없이도, 스위치만 켰다 끄면 물을 데우거나 식힐 수 있는 컵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오, 생각해보니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네요.

SKT Insight: 요즘도 신문을 매일 읽으세요? 예전에 스크랩하셨던 것처럼요?
사실 요즘은 신문보다 인터넷이 더 빠르죠. 모바일로 바로 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

SKT Insight: 최근에 접한 소식 가운데, 미래를 내다보게 할 만큼 상상력을 자극한 뉴스가 있었어요?
앞으로는 로봇 시대가 올 거예요. 이미 청소 로봇부터 다양하게 나와있죠. 그 중에서도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업이 사양산업이 될 것 같아요.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만드는 시대가 올 텐데, 그땐 말도 할 줄 알고 관리하기도 어렵지 않은 애완 로봇이 나올 것 같아요.

▲ 이정문 화백이 그린 2041년을 예측한 만화와, 50년 후의 미래 모습

SKT Insight: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 아니겠어요?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할 것 같아요. 어쩌면 만화가라는 직업이 없어질지도 모르죠. 더 많은 정보를 공부한 인공지능 로봇이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더 잘 그릴지도 모르니까요. 로봇과의 대결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될 거예요.

SKT Insight: 10년 뒤인 2028년엔 무엇이 가장 크게 바뀌어 있을까요?
아마 휴대폰이 지금 수준 이상으로 진보할 것 같아요. 만능기계가 되는 거죠. 요즘은 ‘모바일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계가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또는, 해저 주택에서 살게 될지도 몰라요. 제가 2025년을 상상했던 그림이 있어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제 아이디어를 더했는데, 거기에도 해저 주택을 그려놓았죠.

▲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정문 화백

SKT Insight: ‘만화가 너무 좋다’, 그리고 ‘만화를 그리다 죽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죠? 화백님의 삶에서 만화란 무엇인가요?
아주 절대적이죠. 다시 태어나도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만화를 그리면 스트레스가 싹 없어져요. 만화 속에선 못된 고놈을 혼내줬거든요. 만화에선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상상만으로도 1억 광년 떨어진 우주까지 가볼 수도 있고요.

SKT Insight: 화백님이 출연하신 SKT 광고 제목이 <어느 화백의 꿈>이었어요. 화백님의 꿈을 들려주세요.
우리는 꿈과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가져갈 화두예요.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만화를 그리고, 꿈도 꾸고 상상도 많이 하면서 살고 싶어요.

SKT Insight: 꼭 이뤄졌으면 하는 상상이 있으세요?
나중에 영혼을 찍는 카메라를 만들어주세요. 으슥한 폐가에서 카메라를 찍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이 카메라 하나 만들어주시는 겁니다!

▲ 동료 화백들이 그림을 그려놓은 벽 앞에 앉아있는 이정문 화백

 

사진. 김윤 Z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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