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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덕후를 만나다, 올드폰 마니아 박승훈

2017.10.25 FacebookTwitterNaver

▲ “스타텍은 인생 휴대폰이에요”

액션캠으로 유명한 ‘고프로’의 창업자이자 CEO인 ‘닉 우드먼’은 어릴 때부터 서핑광이었습니다. 서핑하는 자신의 모습을 찍기 위해 발명한 것이 ‘고프로’였죠. 이처럼 요즘에는 한 가지에 몰두하는 ‘덕후’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코스메틱 덕후’, ‘디즈니 덕후’, ‘캐릭터 덕후’ 등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오늘 SK텔레콤(이하 SKT)에서는 스마트폰 시대에 굳건히 2G폰을 사용하고, 또 옛날 휴대폰을 500여 대나 모으는 올드폰 마니아 ‘박승훈’ 씨를 만나 재미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가 올드폰을 500대 넘게 소유한 사연은?

▲ 요즘 보기 드문 휴대폰의 안테나

박승훈 씨에게 올드폰 이야기를 물었더니, 이내 아이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봇물 쏟아지듯 다양한 이야기를 내뱉었습니다. “이건 그리스에서 넘어왔어요, 이건 미국이고요. 이거 아세요? 국내에서 개통할 수 있는 마지막 2G폰이에요.” 박승훈 씨는 그저 올드폰이 좋아서 하나둘 모으다 보니 이제는 본인도 셀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합니다. 박승훈 씨는 10년 전 여닫을 때 딱딱 걸리는 소리가 매력적인 ‘스타텍’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외의 올드폰은 3~4년 전부터 수집했죠. 그는 왜 올드폰을 모으는 걸까요?

“사실 ‘휴대폰 모으기’는 취미로 시작한 것이 아니에요. 사용하려고 시작한 건데, 어느새 모으게 된 거에요. 사실, 20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고가라 쉽게 사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후에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까,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서 모으게 된 거예요. 그때는 비싸서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던 기기가 지금 중고로 구하면 저렴한 가격이니까요.(웃음)”

베스트 프렌드 OF 올드폰
휴대폰 수집가 (3)
휴대폰 수집가 (5)
휴대폰 수집가 (4)

▲ 옛날에나 볼 법한 휴대폰으로 가득 찬 선반

박승훈 씨는 일 때문에 경기도 화성으로 잠시 거주지를 옮겼지만 그가 사랑하는 올드폰 만은 전부 챙겨 방 한 켠에 가득 채워뒀습니다. 그는 연일 새로운 스마트폰이 쏟아지는 가운데, 고집스럽게 2G폰인 ‘스타텍’과 휴대용 와이파이 기기, 그리고 개통하지 않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닙니다. 요즘은 업무 내용을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기 때문에 선택한 차선책이죠. 세 가지의 기기를 갖고 다니기 번거롭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그래도 2G폰이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2G폰 특유의 간결함이 매력적이에요. 사실 전화기는 전화를 걸고 받고 문자를 보내고, 그러면 되지 않나요? 그런 용도로 처음에 만든 거잖아요. 스마트폰은 쓰지 않는 기능도 많고, 디자인도 다 비슷한 거 같아요.”라며 2G폰의 무한 사랑을 가감 없이 밝혔습니다.

한정판인 BMW 7 X 스타텍

▲ 드림카 BMW와 스타텍이 만난다면?

그에게 올드폰을 모으면서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도 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 출시했던 BMW와 협업한 스타텍 제품을 사려고 한 구매자가 있었어요. 직접 BMW 차량을 끌고 중고 거래를 하러 왔지 뭐예요. 그 당시 BMW 7시리즈 차량 내에는 스타텍 자리가 있었어요. 여기에 스타텍 BMW 모델을 꽂으면 차 내의 버튼으로 전화를 할 수 있었죠.” 박승훈 씨는 구매자의 열정에 감명받아 흔쾌히 제품을 분양(?)했다고 합니다. “일반 스타텍은 차량과 호환이 안 되는데, 특별히 BMW 모델 같은 경우에만 호환이 돼요. 구매자 분이 차량과 호환이 되는 모델을 찾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래서 직접 차량을 몰고 와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려고 했던 거죠. 무려 대전에서 차를 끌고 오셨어요. 대단하지 않아요?”

인터뷰 중에 박승훈 씨는 갑자기 휴대폰 배터리를 분리해 무언가를 보여줬습니다. “신기한 거 보여드릴까요? 이건 미국에서 수입한 휴대폰인데, SKT에서 개통이 돼요.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MADE IN KOREA란 거에요. 국내에서 만들어서 외국으로 수출한 것을 다시 제가 사 온 꼴이죠. 우리나라도 참 대단해요.”

그는 미국의 유명한 경매 쇼핑몰 ‘이베이’에서 특별한 외국 제품들을 산다고 합니다. 그중 SKT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휴대폰을 찾는다고 하는데요. 그에게 왜 SKT인지도 물어봤습니다. “SKT가 어떻게 보면 2G폰을 사용할 수 있었던 첫 회사예요. 그리고 SKT는 주파수 대역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신뢰하는 통신사이죠. 제가 계속 SKT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이제는 휴대폰 반전문가

▲ 튜닝까지 하는 스타텍 마니아

휴대폰을 좋아하다 보니, 웬만한 수리와 튜닝은 직접 한다고 하는 그. 형형색색의 스타텍을 살며시 꺼내더니 “이건 제가 튜닝한 휴대폰이에요. 자동차 도색하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차 도색이랑 똑같이 한 거예요. 휴대폰 겉면을 칠하고 이후에 보드하고 이것저것 직접 넣었습니다.”며 아이같이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도색은 물론, 교통 카드 칩을 스타텍에 내장하는 등 휴대폰에 다양한 힘을 불어넣기도 했죠. 최근에는 무선충전기를 만들고 싶어 고민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작동이 안 되는 기기들은 가져와서 직접 수리해요. 납땜까지는 아니고 간단한 것 정도만 하는 거죠.”라며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냐는 질문에 박승훈 씨는 미소를 지으면 대답했습니다. “다 이상하다고 하죠. 지금도 별종 취급하는데요 뭐… 011 번호를 보면 특히 더 그래요. 명함에도 011 번호로 찍혀있거든요.” 십여 년 전 번호통합 정책으로 모든 신규가입자와 변경가입자의 번호가 010으로 통합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011 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옛날 휴대폰과 011 전화번호, 그리고 처음 휴대폰을 사용했을 때부터 꾸준히 사용하는 SKT 통신사를 보면 하나를 사용하면 끝까지 가는 그의 한결같은 성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를 사용하면 꾸준히 오래 사용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011 번호도, 스타텍도, SKT도 계속 이용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그에게 ‘나에게 휴대폰이란?’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올드폰은 제게 추억이에요. 그 당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던 문자들과 통화 목록이 여전히 남아있죠. 보통 사진으로 추억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오래된 휴대폰을 보면서 옛 기억을 더듬어요.” 라며 잠시 추억 속에 빠진 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그의 휴대폰에서는 쨍쨍한 따르릉 소리가 울리고 이 소리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끕니다.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옛날 휴대폰 특유의 벨소리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떨어뜨려도 끄떡없고, 물에 빠져도 잘 말리면 되고, 자가 수리까지 가능하니 얼마나 좋아요? 그런데 곧 이 011번호도, 이 휴대폰을 쓸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곧 사라지겠죠. 2G도 곧 통합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011 번호만은 계속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앞으로도 계속 오래된 휴대폰을 모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그의 추억도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장소 협조. 하저리 커피
사진. 허인영(STUDIO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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