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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新JOB] 신뢰를 공학으로 설계하는 매력적인 직업_ 트러스트 엔지니어

2017.11.21 FacebookTwitterNaver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이 2018년 1학기부터 블록체인(Block Chain) 전공을 신설한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국내 대학에서 블록체인 전공이 개설된 것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교육과정’, ‘서강대가 흐름에 앞서간다’ 등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2016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블록체인이 떠오르는 10대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죠. WEF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2027년까지 전세계 국내 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으로 기록, 관리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가트너는 블록체인 시장 규모가 2022년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블록체인 이슈가 쏟아져 나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라는 주문이 나오는가 하면 증권가에서는 공인인증서 대신 블록체인 인증 서비스를 활용하는 움직임도 등장했습니다. 블록체인은 몇 년 사이 수만 배 가치가 폭등한 가상화폐 덕분에 함께 유명세를 탔습니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2010년 가치가 1달러 미만이었으나 지금은 6,000달러가 넘어섭니다. 얼마 전에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가 ‘미국 정부가 금융 거래를 막아준 덕분에(?) 할 수 없이 비트코인을 구입했는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 5만배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신뢰’가 핵심 가치인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중앙집중형 서버에 보관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거래 참가자 모두가 공유하는 분산형 디지털 장부를 의미합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구현된 서비스는 모든 거래 기록이 장부에 남습니다. 그리고 장부의 사본은 모든 참여자가 공유합니다. 거래 내역을 위변조하고 싶어도 51%의 동의를 얻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참여자가 모인 거래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가치는 ‘신뢰(Trust)’입니다. 단지 믿느냐 마느냐의 신념 문제가 아니라 신뢰를 구조적으로, 시스템으로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은 주로 가상화폐 거래나 핀테크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헬스케어, 무역, 공공 행정 서비스, 최고의 직접 민주주의 의사표시인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참여자간 합의가 필요하고 거래가 일어나는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입니다.

유망 기술은 유망 직업을 달고 오기 마련입니다. 블록체인 OS의 공동창업자인 최예준 엔지니어는 블록체인 관련 새로운 직업을 ‘트러스트 엔지니어’라고 명쾌하게 정리합니다. 신뢰라는 가치를 공학적으로 설계해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전문가라는 의미입니다. 직업 전망에 대한 질문에서는 대답 대신 글로벌 프로필 서비스 링크드인 경력에 ‘블록체인’이라는 단어 한 줄만 넣어보라고 말합니다. 헤드헌터나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입사 권유를 계속 받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가치를 알아차리고 기업 시장과 창업 시장에서 블록체인 관련 인력을 찾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 과정도 많지 않고 가르칠만한 사람도 부족해 인력 품귀현상은 한동안 지속되겠죠. 물론 블록체인 시장이 초기라 거품도 있고 조만간 사라질 서비스나 기업도 나오겠지만 개별 서비스나 기업이 어떻게 되든 블록체인은 앞으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인 신뢰를 잘 이해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잘 구현하는 역량을 갖춘다면 오랫동안 꿈을 펼칠 기회가 많아질 겁니다.”

신뢰를 공학으로 디자인하는 트러스트 엔지니어

최예준 엔지니어는 그동안 신념이나 철학, 정의 차원의 문제로 여겨지던 신뢰를 공학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합니다. 공학의 특징은 반복 가능하고, 기계 구현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동안 절차적으로는 신뢰를 구현하는 장치들이 있었지만 핵심은 최종 신뢰의 역할이 인간에게 있느냐, 시스템에 있느냐의 차이라며 블록체인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트러스트 엔지니어는 유망할 뿐 아니라 매우 가치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간 관계에서부터 금융 거래, 정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모든 사회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질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최예준 엔지니어는 어떤 경로를 거쳐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일까요? 말을 꺼내자 마자 “제 이야기를 실으면 부모님들은 아주 싫어할 걸요”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는 아주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공부가 싫었고 밤 12시까지 붙잡아 두는 학교가 싫어 고 1때 자퇴를 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말리며 억지로 다시 학교를 데리고 가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검정고시로 공부하고 방송통신대를 나와서 공사현장을 다니며 남들이 가는 길 대신에 일찌감치 돈을 벌고 사회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래도 10년 차이가 나는 물리학과 출신 큰 형이 알려주는 기술은 언제나 재미있었으며, 공사현장을 다니며 번 돈으로 286 컴퓨터를 샀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던 어느 날 작은 자동차 사고를 내서 번 돈을 다 날리고 나서야 ‘아,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해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 벤처와 중소기업을 다니며 다양한 IT경험을 쌓는 와중에 ‘신뢰’에 대해 눈을 뜬 계기는 유아교육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을 때 생겼다고 합니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초기 물량 200카피가 전량 클레임이 들어왔었습니다. 기능과 기술만 신경 썼지 품질이나 사용자 신뢰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큰 낭패로 이어진 셈입니다. 그때부터 SW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품질, 신뢰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고 전했습니다.

총 5번의 창업, 마흔 넘어 찾은 진짜 ‘나의 길’

최예준 엔지니어는 2015년 설립한 블록체인 OS까지 총 5번의 창업을 했습니다. 대기업 모바일 앱의 품질관리 사업도 있었고 유아용 교육 분야도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실패했고 어떤 것은 꽤 잘 나가다가 사업을 양도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여러 번 창업한 연쇄 창업자인데 최예준 엔지니어는 그걸 다섯 번이나 경험한 것입니다.

“제 성향과 가장 잘 맞고 이제까지의 경험을 압축적으로 녹일 수 있는 분야에 비로소 들어온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창업 이전에도 모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용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 확신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하고 싶었던 게 컸고요. 보스코인은 아직 출시도 전인데 벌써 전세계 각지에서 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보스코인이 메인스트림이 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것만은 분명합니다. 조만간 대전에 트러스트 엔지니어링 리서치 연구소를 열 계획도 있습니다.”

신뢰라는 복잡한 화두를 다루는 트러스트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다고. 인터넷과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보안에 대한 이해도,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분산 시스템에 대한 접근 등이 가능해야 한다. 금융에 대한 이해와 경제학 모델에 대한 지식도 갖추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라는 개념 설계입니다. 특히 블록체인에서 핵심인 합의 프로토콜을 어떻게 구현하냐가 관건입니다. 구현 방법에 따라 인센티브 모델 등도 많이 바뀌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지식, 타 분야에 대한 해석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공학도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회학이나 정치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도 추가적인 학습으로 이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이 많다고 강조합니다.

“3년 전에는 단어도 없었던 가상화폐공개(ICO) 전문가가 요즘 한창 뜨고 있습니다. 마케팅 분야를 전공한 어떤 분이 블록체인에 푹 빠져서 공부하다 이제는 진짜 전문가가 됐죠. 최근 거액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됐다고 들었어요. 블록체인 관련해 창업도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 내에서도 없었던 직무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유망하다고 해도 모든 분야가 블록체인 기술로 도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궁합이 잘 맞는 공공, 행정, 금융 등의 분야가 있는가 하면 약간 거리가 있는 분야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신뢰를 공학으로 디자인하는 트러스트 엔지니어의 매력은 꽤 오랫동안 가치를 발휘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역량을 갖춰놓으면 얼마든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최예준 엔지니어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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