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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新JOB] 융합기술 덩어리 로봇, 로봇 공학자가 말하는 로봇의 가능성

2017.11.28 FacebookTwitterNaver

어린 시절 꾸었던 꿈은 대부분 좌절됐지만 기억만큼은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아톰>이나 <로보트 태권브이>를 떠올리며 ‘그땐 멋진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라고 추억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20~30대에게 <에반게리온>이나 <터미네이터>, <아이언맨>이 있는 것처럼 만화잡지 <쇼넨>에 처음으로 연재된 <철완 아톰>이나 1976년에 개봉한 <로보트 태권브이>는 40~50대 유년시절의 로망이자 환상이었습니다.

이러한 꿈이 실현된 직업이 있습니다. 로봇공학자입니다. 로봇공학자는 로봇을 설계하고, 제조하거나 응용 분야를 다루는 일을 합니다. 로봇공학자가 독자적인 직업군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채 20년이 안 됩니다. 로봇학부가 처음 만들어진 것도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로봇 분야의 지평을 넓히다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KAIST 오준호 교수, 광운대 김진오 교수, UCLA의 데니스 홍 교수 등이 로봇 공학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로봇 공학자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로봇 공학이 단일 학문이 아닌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의 다양한 영역이 융합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융합시스템설계학과 교수는 로봇 분야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젊은 로봇 공학자입니다. 긴 머리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지는 그는 기계가 좋아 공학자를 꿈꾸었고 그 꿈을 좇아 지금 이 길에 서 있습니다. 데니스 홍 교수의 제자로도 유명한 한 교수는 대중 강연에도 자주 등장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합니다.

최근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로봇 챌린지 출전을 앞두고 스키 로봇 ‘다이애나’를 맹훈련시키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위촉된 한 교수의 활동에는 경계가 없습니다. 로봇이 필요한 곳이라면, 로봇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로봇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누구나 어릴 때는 한 번쯤은 로봇공학자를 꿈꾸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로봇이 하고 싶어 기계공학과를 갔습니다. 물론 남들과 좀 다른 경험도 있어요. 아버지가 철공소를 하셨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사업이 어려워져서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겁니다. 아버지 혼자 힘들어하시는 걸 보고 방과 후에, 방학 때 공장에 나가 일을 도왔어요. 남들은 힘들었겠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쇳덩어리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맞물리면 움직이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보통은 대학을 들어가야 기계를 만지게 되는데 저는 이미 입학 전 3년 동안 기계를 만져본 게 큰 경험이 됐습니다.”

한 교수는 첫 직장을 대기업 전장 업체에 다니다 로봇을 더 배우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유학비용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당시 대학교 선배가 설립한 로봇 회사와 인연이 생겨 입사했습니다. 대학 시절 세계 로봇대회를 휩쓸고 다닌 선배였기에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 회사가 1999년에 설립한 로봇 1세대 기업, 로보티즈입니다. 한 교수는 그곳에서 주니어 개발자였지만 어디서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편이어서 중요한 일을 많이 맡았습니다. 로보티즈의 스테디셀러 로봇 바이올로이드 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며 유학을 준비하던 한 교수는 코넬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버지니아공대였습니다. 데니스 홍 교수와의 만남이 30분 만에 선택지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후 유학 생활은 데니스 홍 교수와 호흡을 맞추고 한국의 로보티즈와도 연계하면서 활동 무대를 글로벌하게 넓힌 계기가 됐습니다. 유학 중 DARPA 챌린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데니스 홍 교수와 로봇 축구 월드컵인 로보컵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변화는 기회의 다른 이름

한 교수는 2015년부터 한양대에서 공학기술자로, 교육자로, 에반젤리스트로 로봇 분야에서 1인 3역을 해내고 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총 5년의 직장생활도 정리하고 학교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안정적인 로봇 연구개발을 위해서였습니다. 기업은 비즈니스 조직이다 보니 지속적인 로봇공학자의 길을 가기에는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로봇공학이라는 단어도 없었는데 10년 사이 사회적인 관심이 커진 게 느껴집니다. 이 분야는 앞으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혼란과 실패 사례도 이어질 겁니다. 하지만 변화는 기회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미 상용화가 진전된 제조 로봇이나 의료 로봇만 필요하다면 무슨 실패가 있겠습니까. 그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이 필요하다는 증거입니다. 과도기를 거쳐 10년 후에는 정말 로봇공학 전성시대가 다가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을 뽑을 때 로봇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만 본다고 합니다. 본인이 로봇을 좋아했기에 몇 마디만 나눠보면 로봇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로봇을 좋아하면 이후 스킬은 얼마든지 쌓을 수 있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론입니다.

공학이란 단어에 집착하지 말아야

로봇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로봇공학자가 되려면 무엇을 배워야하지?’가 아니라 ‘나는 이걸 잘하는데 로봇 분야에 어떻게 접목하지?’로 말입니다. 한 교수는 공학이라는 단어에 절대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자동차 전문가가 꼭 기술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판매원, 연구원, 보험사원 등 많은 직업이 있습니다. 대기업 자동차 연구원이라 해도 전체가 아닌 한 분야를 개발할 뿐입니다. 지금 로봇 분야는 공학적인 접근만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가 접목돼야 합니다. 예술가도, 생물학자도, 심리학자, 언어학자도 모두 로봇 분야에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로봇을 공학이라는 틀에 가둘 이유가 없습니다.”

한 교수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게 취미입니다. 요즘은 스키 로봇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열리는 스키 로봇 챌린지 출전을 위해 ‘다이애나’의 막판 개발작업과 실내 스키장 훈련이 한창입니다. 스키 로봇은 2족 보행 로봇이지만 눈 위를 지나야 하므로 몸체 제어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슬로프와 폴대를 벗어나지 않고 종착점에 도착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 8월 말에는 한국의 무더위를 피해 로봇을 데리고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엔 부족한 개발 비용을 보태고 스키 로봇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11월 말까지 천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 목표는 단 며칠 만에 120%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개발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도 정부나 기업, 학교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과 이슈를 공유했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로봇 전문가들은 2020년경이면 개인용 로봇이 TV, PC에 이어 각 가정에 필수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길을 걷다가도, 빌딩에 들어가도, 식당에 가도 일상적으로 로봇과 마주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봇이 공학에만 머물지 않겠지만 그만큼 공학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리라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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