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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新JOB] ‘뭐든 금세 뚝딱’ 메이커들의 동반자, 메이커스 파트너

2017.12.05 FacebookTwitterNaver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에겐 ‘크라우드펀딩’만큼 자금과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묘수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펀딩에 성공하고도 납기에 실패해, 신뢰도가 추락한 기업 역시 적지 않습니다. 2014년 세계 최초의 소셜 로봇을 표방하며 등장한 MIT 신시아 브라질 교수의 ‘지보(JIBO)’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지보는 목표치의 22배인 366만 달러를 조달했고, 2015년 말에 초기 구매자를 위한 제품 출하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2년이 지난 올해 9월에 겨우 배송할 수 있었습니다. 잇따른 일정 지연과 일방적인 배송 방침 변경 등으로 후원자들의 비난이 쇄도한 것은 물론입니다.

드론 업체 ‘에어드로이즈’도 크라우드펀딩을 쉽게 생각해 곤욕을 치른 케이스입니다. 가장 긴 비행시간을 제공하는 멀티콥터를 500달러 미만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해, 목표 금액의 20배가 넘는 후원금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제조과정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사이파이웍스’의 경우는 킥스타터 펀딩에서 90만 달러를 확보했으나 부품 조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후원자 전체를 대상으로 전액 환불조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발표하는 기업들은, “우리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며 강변하기도 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얘기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왜 이들은 펀딩에 성공하고 납기에 실패했을까요? 초기 제품이 양산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좌절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천재지변이나 원자재 폭등 등의 불가항력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부분 제조 과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계획을 세운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500달러 미만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부품비만 500달러가 넘어가거나, 대표적인 기능으로 부각했는데 펌웨어로 구현해보니 구동이 안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드웨어 제조기업을 위한 전문 서비스직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메이커스 파트너(Maker’s partner)’입니다. 이들은 최근 크게 늘고 있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혹은 1인 및 소규모 제조기업의 든든한 우군입니다. 메이커스 파트너는 새롭게 제조 시장에 뛰어든 메이커가 실패하지 않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군 역할을 합니다. 제조에 필요한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마지막 테스트와 양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물론 3D프린터, 몰딩, 밀링 등 각종 제조설비가 갖춰진 스페이스를 제공해 메이커가 직접 제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만약 위 크라우드 펀딩 사례에서도 사전에 양산을 고려한 제조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해봤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용산에 본사를 둔 ‘N15’의 이세윤 팀장은 제조 최전선에 있는 메이커스 파트너입니다. N15는 ‘스타트업 빌더’를 표방한 하드웨어 전문 액셀러레이터로서, 하드웨어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육성하는 사업을 벌입니다. 또한, 제조 지원과 메이커스 스페이스 운영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메이커스 파트너들이 모여있는 기업인 셈입니다. 이 팀장이 맡은 프로토X(ProtoX)팀은 제품의 디자인에서부터 시제품, 양산까지 지원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드웨어 제조 업체들이 실패 없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모든 단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3D 프린터는 1980년대에 나왔지만 10년 전에는 가장 저렴한 3D 프린터 가격이 수천만 원대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 원대 제품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2009년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 3D 프린팅 기술의 핵심특허가 풀리면서 특허 장벽이 낮아졌고 이후 저렴하고도 우수한 제품이 개발됐습니다. 이전에는 시제품 하나 만들어보는 것도 시간과 비용면에서 큰 부담이었는데 지금은 3D 프린터로 얼마든지 테스트할 수 있고, 시간도 단축돼 제조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제조업의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3D 프린터로 못 만드는 물건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초기 재료는 플라스틱에 국한됐으나 최근에는 금속, 시멘트, 유리, 고무 등 어떤 소재로도 3D 출력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집을 짓고, 우주선을 만들고, 로봇을 만드는 것도 이제 3D 프린터로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 몸에 이식하는 인공 치아, 인공 관절은 물론 인공 심장까지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교통사고로 엉덩이뼈가 다친 한 여고생이 가볍고 단단한 소재로 3D 프린팅한 인공 뼈를 통해 재활 기간을 줄이는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규모와 관계없이 제조 기업이라면 필요한 역할

이 팀장이 지금까지 지원한 메이커스 프로젝트는 100여 건에 달합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의뢰한 것이지만 대다수이지만 LG전자, 삼성전자, 인텔, 자동차 회사 인피니티 등 대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많은 인력과 고가의 장비를 갖춘 대기업이라도 타임투마켓(time-to-market)을 실현하거나 고객 반응을 신속히 체크하기 위해서 파트너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아이템도 이동형 냉장고에서부터 고압력 인젝터, IoT 랜턴, 축구 훈련 장비 등 다양합니다. 제품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1~2달이면 웬만한 시제품이 나오고 양산까지도 4개월이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N15가 제조공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20여 개의 국내외 공장 파트너사와 시제품 제작 및 양산 부분에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메이커스 파트너는 크게는 4단계, 세부적으로는 6단계에 이르는 제조 전 과정을 아우릅니다. 전체를 총괄할 수도 있고 부분적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사전 회의를 통해 과연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한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전반적으로 검토합니다.

제작이 확정되면 제품의 디자인, 기계 설계, 하드웨어(회로 펌웨어) 및 소프트웨어(앱 개발) 개발 순으로 프로세스가 이어집니다. 이후 실제 제작에 앞서 나무 혹은 비슷한 재질의 실물 형태로 만들어보는 목업(Mockup)을 거쳐 마지막 테스트를 통과해 양산하면 전 과정이 완료됩니다.

이 단계들은 기존 제조과정에서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계마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목표 대비 구현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무수한 3D 프린팅 반복 테스트로 매끄러운 양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CNC라는 기계를 활용하면 훨씬 정밀하겠지만 비용이 3~5배 더 들고 다루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3D 프린팅이 훨씬 비용 효율적인 대안으로 여겨집니다.

전 과정 조율과 프로세스 품질 관리가 가장 중요

이 팀장은 단계마다 최고의 고수가 있다 해도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이 기계 설계에서 구현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기계 설계까지 잘 왔다고 해도 펌웨어 단계에서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어떤 고객사는 제품 디자인을 끝내고 기계 구현부터 해달라고 왔는데 처음부터 다 뜯어고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양산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제품을 양산해 달라고 들고 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을 보면 답답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좋아 펀딩은 받았는데 제품화 과정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는 전혀 없는 경우입니다. 가령 5만 원에 양산가를 맞춰 달라고 왔는데 막상 따져보면 부품 가격만 5만 원이 넘었습니다.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려고 여러 기능을 넣다 보니 양산 단가가 올라간 것입니다. 같이 논의하면서 맞춰가기도 하지만 심각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제조 전 과정을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특정 분야 전문가뿐 아니라 전체 과정을 조율하고 제조 프로세스 품질을 컨트롤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어긋나기 쉬운데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안목을 지닌 사람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팀장이 ‘잘 나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분야 깊은 지식과 다른 분야의 추가 학습 필요

메이커스 파트너가 되려면 산업 디자인과 기계 공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또, 회로 펌웨어에 필요한 컴퓨터공학과 전자공학, 앱 개발에 필요한 컴퓨터공학적 지식이 요구됩니다. 이 팀장은 적어도 한 분야 정도는 깊이 있는 지식이 있어야 다른 분야에까지 넓혀갈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 팀장의 경우는 제품 디자인에서 시작해 기계 설계와 다른 분야까지 넓혀나갔습니다.

이 팀장은 “대기업에서는 절대 이러한 전체 과정을 배울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오로지 메이커스 파트너만이 전체 제조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시작하되 제조 전 과정으로 노하우를 점차 넓혀가면 어떤 제조 영역이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3D 프린터로 인해 가능해진 직무이긴 하지만 메이커스 파트너가 3D 프린팅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3D 프린터는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전문 직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최근 3D 출력 대행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이는 단순 업무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과 거리가 있습니다. 처음에 전문 직종이었다가 지금은 누구나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메이커스 파트너는 스스로 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노하우로 하드웨어 창업에서 훨씬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N15 역시 그동안의 프로젝트에서 축적한 경험으로 자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스스로 독립 제조기업의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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