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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만드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Do ICT Yourself

2017.12.19 FacebookTwitterNaver

▲ 구글과 라즈베리 파이 재단이 함께 만든 AIY Project Voice Kit, 출처: https://www.raspberrypistarterkits.com

2017년 5월, 영국의 유명한 서점 체인인 W.H.Smith의 지점마다 ‘파이’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이 서점에서 찾는 파이는 다름 아닌 ‘The MagPi’ 라는 라즈베리 파이 공식 매거진이었습니다. 2017년 5월호 MagPi 를 사면 Google이 만든 라즈베리 파이용 음성 인식 비서를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를 특별 부록으로 제공했는데, 이 때문에 서점마다 줄을 늘어서게 된 것입니다.

구글이 AIY Project 라고 부르는 Voice Kit 부록이 들어 있는 MagPi가 발매되자, 라즈베리 파이 관련 커뮤니티에는 구매에 성공했다는 기쁨의 인증샷과 어느 서점에 MagPi 57호 재고가 남아있다고 알려주는 정보들로 도배됐습니다. 이미 품절된 지 오래된 후에도 ‘MagPi’의 무료 부록은 웃돈을 주고 거래되었고,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구글은 최근 이 부록을 정식 상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https://www.seeedstudio.com/Google-AIY-Voice-Kit-p-2956.html)

AIY Project Voice Kit의 설명서대로 카드 보드로 된 박스를 접어서 라즈베리 파이와 스피커, 추억의 오락실 버튼 등을 연결한 뒤에 조립하면, 나만의 음성 비서를 금세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음성으로 ‘기차 소리를 들려줄래?’ 같은 간단한 요청과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조명을 연결하여 음성명령으로 켜고 끌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구글이 만든 머신러닝 패키지인 텐서플로를 이용해서 직접 학습을 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레고로 만드는 DIY 드론 키트

▲ 플라이 브릭스의 레고 블록으로 조립할 수 있는 드론 키트, 출처: https://flybrix.com

인공지능만큼 핫한 최신 기술에는 드론이 빠질 수 없습니다. 플라이 브릭스(FlyBrix)는 레고를 조립해 드론을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MIT에서 수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원자력 발전소를 위한 코드를 만들던 아미르와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응용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롭, 나이키와 노키아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홀리. 이렇게 쟁쟁한 경력을 가진 셋이 의기투합한 플라이 브릭스는 쉽게 다시 만들고 충돌해도 괜찮은 드론을 추구합니다.

사실 기존에도 토이 형태의 드론을 직접 조립하는 하드웨어 키트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플라이 브릭스는 기존의 토이 드론과 조금 다릅니다. 첫째, 사용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하드웨어 플랫폼 중의 하나인 레고 블록을 적용해서 드론의 외형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즉, 모터의 숫자를 4, 6, 8개로 바꿔보거나, 기체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아두이노 개발 환경을 이용해서 비행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고,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비행 코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유도를 가진 플랫폼이지만 간단한 기본 비행을 위해서는 납땜이나, 프로그래밍도 필요 없습니다. 30분이면 첫 비행을 해볼 수 있습니다. AIY Project가 기존에 있는 라즈베리 파이(하드웨어)와 Google Assistant API(소프트웨어)라는 유연하고 강력한 기능을 가진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첫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최소화해 아이들이나 초보자가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비슷합니다.

 IoT DIY 키트의 사례들  

▲ 럭스로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출처: https://www.luxrobo.com

IoT 분야의 ICT 기술을 접목한 블록형 DIY 개발 키트는 AI와 드론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가 나오기 전에 먼저 선보여졌습니다. 2017년 6월 카카오는 럭스로보라는 IoT 스타트업에 4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합니다. 럭스로보가 개발한 MODI 라고 불리는 제품은 LED, 스피커, 모터, 마이크, 적외선 센서, 중력센서 및 통신 모듈을 그래픽 기반 소프트웨어로 쉽게 코딩해 원하는 창작물을 만들 수 있게 하는 모듈형 IoT 플랫폼입니다. 작은 블록은 각각 센서(인풋 모듈), 액츄에이터(아웃풋 모듈), 네트워크 커넥션 같이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 블록끼리는 자석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코딩 역시 전용 개발환경에서 블록을 맞추어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어두워지면 스위치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IoT 디바이스를 만들고 싶다면, 조도 센서 블록과 모터 블록을 가까이 연결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 두 블록은 자석의 힘으로 톡하고 알맞은 위치에 스스로 연결됩니다. 여기에 적당한 코드를 업로드하면 작동합니다. 럭스로보의 모디와 비슷한 컨셉의 블록형 IoT 교육 키트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입니다. 이미 Little Bits(https://littlebits.cc), Cubelets(www.modrobotics.com) 등에서 비슷한 형태의 교육용 키트들이 나왔고,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ICT DIY 키트의 발전 방향과 SKT

▲ SK텔레콤(이하 SKT)의 LoRa 통신망을 이용하여 스마트 홈 코딩을 해보는 Do IoT Yourself 코너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스스로 제작하는 IoT/AI 개발 키트’를 살펴봤습니다. 각 영역에서 발전하고 있는 이러한 제품들에는 뚜렷하게 보이는 트렌드가 한가지 있습니다. 바로 ‘플랫폼 간 융복합화’입니다. 머신러닝은 소프트웨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IoT 하드웨어와 결합되고 있으며, 드론도 단순 비행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와 함께 그 의미와 활용도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지금까지 소개한 솔루션에는 한가지 거대한 결핍이 존재합니다. 바로 장거리 데이터 전달 수단의 부재입니다.

현재의 키트들은 블루투스나 WIFI와 같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단거리 통신 프로토콜만 지원하고 있어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 및 코딩 교육을 하고있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통신사에서 왜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다못해 운동장 몇 곳에 온습도 센서를 설치해 두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실습을 하고 싶어도 블루투스나 WIFI 만 지원하는 현재 교육 키트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결합하고 있지만 이 융복합화에서 네트워크가 소외되는 가장 큰 이유는 통신 비용입니다. 3G/LTE 통신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게 써도 만 원에 가까운 요금을 매달 내야 합니다. 이러한 비용은 교육용으로 장거리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SKT의 LPWA(저전력 장거리) 전국망 개통 이후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장거리 네트워크의 선택지가 생기면서 하드웨어-네트워크-소프트웨어의 삼위일체가 완성될 가능성이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SKT는 LPWA LoRa 네트워크를 아두이노와 결합하여 쉽게 코딩할 수 있는 환경을 선보였습니다. Do IoT Yourself 라는 코너에서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IoT 스마트 홈을 제어하고 스스로 코딩도 할 수 있어서 많은 참여자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내가 만든 IoT 디바이스가 WIFI 설정과 블루투스 페어링 없이도 전국 어디에서나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인 요소인 만큼 시장의 요구 또한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모 데우스로의 진화

▲ SKT 부스의 Do IoT Yourself 코너에서 직접 코딩을 해 보는 대학생들

월드IT쇼에서 Do IoT Yourself 코너를 운영하며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이 코너를 가장 좋아하고 오랜 시간 시간을 보내는 눈에 띄는 두 부류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학생과 초등학생입니다. 대학생들은 최근 공대 전공 수업시간에 필수적으로 배우는 아두이노가 익숙해서 즉, 배운 적이 있어서 그들의 지식을 응용해 보고 있었던 반면, 초등학생들은 ‘배운 적은 없는데 한번 보니까 알겠는데요?’라고 말하며 혼자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초등학생들이 만들어 놓은 코드가 더 수준이 높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태핑과 핀칭, 슬라이딩 제스쳐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을 보니 놀라웠습니다. 이들 세대에서 컴퓨터 코드란 한글만큼이나 친숙한 언어이고 computational thinking은 줄넘기보다도 쉬운 일인 것 처럼 보였습니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교수가 말한 호모 데우스로의 진화는 이미 시작됐고, AI와 IoT를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원래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친숙하게 자기 몸과 두뇌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이 아이들로부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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