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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新JOB]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주역_액셀러레이터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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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일컬어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3D 프린팅과 같은 기술은 기업과 산업, 일자리까지 바꿉니다. 여기서 기술의 역할은 점진적 보완이 아닌 파괴적 혁신입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AI튜터, 메이커스 파트너와 같은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 것도 파괴적 혁신을 담당할 주체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 내는 진짜 주인공은 혁신기술로 시장을 뒤흔드는 ‘테크 스타트업’입니다. 아마존의 물류 창고를 혁신시킨 것은 내부 조직이 아니라 7억 5000만 달러에 인수된 물류 로봇업체 ‘키바시스템즈’입니다. 경제 분석과 주가 예측 분야에서는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업체인 켄쇼(Kensho)가 파괴적 혁신가입니다. 이 기업은 발리 화산이 폭발했을 때 세계 경제와 주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10분 만에 분석했고, 영국 브렉시트 이후 환율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3D 프린팅, 로봇, 블록체인,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엄청나게 많은 테크 스타트업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들이 쓸어간 투자금만 해도 수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도대체 이들 스타트업은 어떻게 발굴되고 성장하고 거액의 투자를 받고 이후 M&A와 기업공개의 주역이 되었을까요? 일등공신은 바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입니다. 이들의 존재가 없었다면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새로운 직업으로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액셀러레이터의 세계를 김태현 벤처스퀘어 대표를 통해 들여다보겠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 키우는 미다스의 손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회사 설립 초기에 받는 투자인 ‘시드투자’를 진행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경영 자문과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대규모 후속 투자를 이어가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지금은 글로벌 대기업이 된 ‘에어비앤비’나 ‘우버’, ‘드롭박스’도 작은 기업으로 시작해 모두 ‘Y컴비네이터’라는 출중한 액셀러레이터를 거쳐 성장했습니다. 이후 500스타트업, 비즈돔 등 다양한 액셀러레이터가 등장했고, 전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벤처스퀘어를 비롯해 스파크랩, 롯데액셀러레이터, N-15, DHP 등 50여 개의 액셀러레이터 기업이 있습니다. 올해 액셀러레이터 관련 여러 가지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터가 새로운 직업으로 명시된 것입니다.

“VC 등 관련 업계에서 투자를 3년 이상 한 사람이나 중소기업청의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정책인 팁스(TIPS) 운용사의 등기임원이면 자격이 됩니다. 달리 해석하면 액셀러레이터 기업에 입사해 3년 이상 투자 업무를 진행해도 자격을 갖는 셈이죠. 올해부터는 자본금 1억 원, 직원 2명만 있으면 액셀러레이터 기업을 설립할 수 있어 액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 생겼습니다.”

불과 10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액셀러레이터를 잘 만나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 변화와 창업 생태계 구조상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터의 도움 없이 홀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잘 만든 제안서만 있어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제품, 사용자 반응, 매출 가능성까지 입증해야 합니다. 시장 변화도 빨라져 3, 4개월을 주기로 실행을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투자 경험과 창업 경험을 가진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아직 정착하지 못한 스타트업에게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자금 계획, 인사관리 등 경영 전반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입니다.

2010년 설립된 벤처스퀘어는 일찌감치 벤처 생태계의 부상을 예감하고 스타트업 관련 미디어 사업과 벤처 지원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조차 희박했던 2012년 당시, 미국의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나온 것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스타트업 노마드’입니다.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으며 배출한 기업은 약 40개. 내년부터 1년에 2회 운용하며 대상을 더 늘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팅의 활동 성과는 단적으로 피칭(Pitching)에서 드러납니다. 피칭은 단지 프리젠테이션을 좀 잘하고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자신들이 하는 일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제3자에게 설득을 시키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상당수의 스타트업들이 엉뚱한 얘기를 하고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못하거나 자신들만이 알고 있는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등의 실수를 합니다. 미국에서는 액셀러레이터들이 정말 악랄하다 싶을 정도로 수모를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몇 번의 후속 미팅이 이뤄지고 나면 나중에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놀라운 변신을 보게 됩니다. 이후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보면서 ‘아, 내가 남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엄청난 보람을 느끼죠.”

향후 몇 년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의 핫 스폿

김 대표와 벤처스퀘어가 액셀러레이팅한 대상 기업 가운데 경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비스의 경우 21억 원의 후속 투자를 받고 매달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몸속의 세균을 배양해 질병 진단, 건강식품 개발 등에 활용하는 지놈앤컴퍼니는 두 차례에 걸쳐 1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IT기술에 관심이 많아 VoIP, 모바일앱 관련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VoIP 관련해서는 ‘버섯돌이’라는 닉네임으로도 유명한 블로거입니다. 2009년부터 IT전문가로 국내 창업팀들과 함께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500스타트업 등 유명한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참가하고 해외 액셀러레이터를 만나면서 트렌드에 가장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매년 스타트업과 함께 미국과 유럽을 돌면서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습니다.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김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다양한 역할이 필요한 만큼 힘들긴 해도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보람이 큽니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천한다고 전했습니다.

“요즘 대기업에서도 벤처 투자를 위해 액셀러레이터에 공동 펀드 운용을 제안해 오는 등 찾는 곳이 많습니다. 대기업 구조상 홀로 하기에는 제약도, 부담도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 국내에서 결성된 모태펀드가 무려 1조 4000억 원입니다. 이후 3~4년간 창업과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풀려나올 자금입니다. 중기청의 팁스 예산도 내년에 10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즉, 앞으로도 크게 활성화될 창업 시장에서 가장 앞줄에 액셀러레이터가 서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첫 단추를 끼우는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액셀러레이터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전공 불문, 직장 불문입니다. 하지만 투자에 대해서만은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과 얕고 넓은 지식, 네트워크 등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고요. 스타트업을 그저 대상으로만 보고 기계적으로 프로그램을 돌려서는 성과가 날 수가 없습니다. 스타트업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까지 챙겨주고 친화력을 발휘해야만 효과가 배가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김 대표는 누군가와 호흡하며 성장시키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전혀 다른 일을 했더라도 액셀러레이터 기업에 들어와 3년 동안 경험을 쌓으면 스스로 액셀러레이터 자격이 주어지니 이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창업하는 것을 돕다가 스스로 스타트업 창업자가 될 수도 있고, 아예 액셀러레이터 기업을 설립하는 길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보안, 하드웨어 등으로 액셀러레이터가 전문화되는 추세인만큼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면 이 트렌드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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