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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新JOB] 기술이 선도하는 법률 서비스 시장의 미래-리걸테크니션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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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언론 매체 가디언은 지난 여름 로봇 법률가의 등장으로 달라지는 법률 시장에 대한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변호사를 직접 대체하는 비율은 3.5%에 그치겠지만, 법률적 지식으로 변호 업무를 돕는 준법률가(paralegals)는 94%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변호사 업무 중에도 세금처럼 복잡하지만 규칙이 있는 영역은 기술에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법무법인 크립스 LLP의 이사 크리스티나 블랙로(Christina Blacklaws)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법률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면 어떤 지원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은 전통적인 커리큘럼을 고수하고 있어 법학 학위가 기술 변화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가디언의 분석은 미래가 아닌 현실입니다. 캐나다 토론토대 출신들이 설립한 로스인텔리전스의 인공지능(AI) 변호사 ‘로스(ROSS)’는 로펌 시장에서 인간 변호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IBM 왓슨 기반의 로스는 지난해 5월 뉴욕 로펌 베이커앤호스테틀러에 채택된 이후 파산 관련 판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로 주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로스는 초당 10억장의 법률을 분석하기 때문에 로펌 입장에서는 변호사를 보조하는 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피스컬노트는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법안과 법률 정보를 알기 쉽게 가공해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법안 통과율을 94% 수준으로 예측해 줍니다. 소송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렉스마키나는 이용자가 자신의 사건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판사의 과거 성향, 상대 변호사의 과거 소송 결과, 사건 종결까지 걸리는 시간, 유리한 소송 전략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합니다.

지난 5월에는 AI의 양형 판단을 대법원이 인정한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이 AI가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형사재판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한 지방법원의 결정이 타당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 에릭 루미스는 법원이 AI 기기인 ‘컴퍼스’의 판단을 근거로 중형을 내린 게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AI와 빅데이터 분석 날개 달고 확장하는 리걸테크(Legal Tech)   

그동안 법률, 의료 등 고도의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는 AI와 로봇의 영향권에서 살짝 비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돼 왔지만 최근의 흐름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파산, 지식재산, 세무 등 복잡하지만 규칙이 있는 영역은 여지없이 자동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법안 통과율 예측이나 소송 결과 예측도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리걸테크(법률과 기술의 합성어)의 공습입니다. DB화와 검색 기술에 그쳤던 리걸테크는 최근 AI와 빅데이터 분석의 날개를 달면서 법률 분야에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등이 있어 당장 법조인의 일자리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해도 지난 수십 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법률 교육과 고용 시장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직은 조용한 편입니다. 판례법을 따르는 미국과 달리 성문법을 따르고 있고, 리걸테크를 주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취약합니다. 하지만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는 로펌들의 속성과, 공급 포화를 겪고 있는 국내 변호사 시장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리걸테크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고 가장 선망하는 법조인 직업도 기술로 인한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인텔리콘 연구소의 임영익 대표는 리걸테크로 인한 시장 변화와 직업의 변화에 주목합니다. 국내 리걸테크 1호 기업인 인텔리콘은 지능형 법률정보시스템 아이리스 엔진과 상용 시스템인 U-REX, 법률 QA시스템인 로보(Law-Bo) 등의 다양한 기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리스는 세계 법률 인공지능 경진대회(COLIEE)에서 두 차례 우승한 바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변호사이기도 한 임 대표는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수학, 물리학, 전자공학을 두루 섭렵한 독특한 이력의 법조인입니다. 말 그대로 리걸테크를 스스로 체득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기술적 지식으로 무장한 리걸테크니션(legal-technician) 혹은 법률정보 큐레이터(law data curator)들이 향후 법률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당장 변호사 일자리를 위협하지는 않겠지만 처우나 위상 등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법조인을 꿈꾸는 젊은이라면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임 대표에게 리걸테크로 인한 법률 시장의 변화와 직업에 관한 얘기를 물었습니다.

Q.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리걸테크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현황을 알려주시겠어요?
임영익 대표(이하 임): 세계 시장은 리걸테크 관련한 빅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1년 IBM 왓슨이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챔피언을 제치고 우승한 것이 분기점이 됐다고 봅니다. AI의 가능성을 보고 리걸테크 분야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대거 뛰어든 것입니다. 이미 렉시스넥시스(LexisNexis)와 웨스트로(Westlaw)가 글로벌 법률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M&A를 통해 각 지역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유명한 렉스마키나, 삼성과 애플 소송에서 일약 대스타가 된 블랙스톤e디스커버리, 기존 변호사 비용의 10%로 법률 서비스 대중화를 꾀하는 온라인 로펌 리걸줌 등 다양합니다. 프랑스나 독일도 10개 안팎의 리걸테크 업체가 있고 일본은 20개가 넘습니다.

Q.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선 리걸테크 산업이 아직까진 소극적인 느낌입니다.
임: 미국과 비교해 국내 법률 시장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판례법을 따르고 있어 소송이 있으면 무조건 판례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검색 기술, 빅데이터 분석이 일찌감치 발달했습니다. 또 재판 시작 시점부터 소송의 모든 근거자료들을 제출하는 디스커버리 제도 때문에 자동화와 SW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기반이라 논리 추론이 중요하고 판례인용은 옵션에 불과하며, 그때그때 자료를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동화 필요성이 덜한 편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워낙 발달돼 있어 법률 분야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이 끊임없이 제공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법원 등에서 이미 법률 정보를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공공서비스가 잘 돼 있어 민간 기업이 설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Q. 국내 법률 시장은 아직 리걸테크로 인한 위기감이 없는지요?
임: 리걸테크를 말하기 전에 이미 국내 법률 시장은 위기입니다. 시장 수요에 비해 변호사 수가 과잉입니다. 그래서 변호사 서비스 비용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초대형 로펌과 영세한 로펌 사이의 변호사 연봉 격차는 매우 큽니다. 월 200만~300만원 받는 변호사도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서 우리나라 시장 규모에 비해 변호사수가 너무 적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미국과 국내 시장의 차이를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미국은 변호사(lawyer)라고 하면 각종 법률과 관련된 대리 업무를 하는 모든 직군을 통칭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호사 이외에도 법무사, 변리사, 노무사, 행정사 등 법률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업들이 매우 세분화돼 있습니다. 이들을 다 포함해서 보면 변호사 수가 많은 것이 확실합니다. 리걸테크는 아직 시장의 요구는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법률 시장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출구 전략 혹은 대안으로 리걸테크가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쯤이면 국내에도 AI기반의 지능형 리걸테크 업체가 최소 2개는 생길 것입니다.

Q. 법률가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세요?
임: 일부 직업이나 직무는 대체가 불가피하지만 법률 시장이 붕괴되거나 변호사가 일자리를 잃는 등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변호사법이 있어 AI가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변호사의 판단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우나 사회적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변호사는 앞으로도 선망하는 직업으로 남을 것입니다. 업무 자체가 보람 있고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법률 서비스 관점에서 본 소극적인 전망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장의 형성과 시장 내 자리이동입니다. 법률 서비스가 제공돼 온 전통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질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삭줍기 시장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Q. 리걸테크를 낙관적으로 보시는 건가요?
임: 앞서 말했지만 리걸테크가 아니어도 현재 법률 시장은 여러 이유로 좋지 않습니다. 리걸테크 이전에 이미 위기입니다. 그래서 리걸테크가 오히려 기회죠. 능동적인 시장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니까요. 가령 변호사 없이 개인이 혼자서 처리하던 것을, 법률 서비스 영역으로 끌어오는 게 가능합니다. 지금은 변호사와 상담만 하려고 해도 시간당 최소 10만원이 듭니다. 그래서 심각하고 대단한 일 아니면 법률사무소를 찾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시간당 1~2만원에 상담이나 가벼운 질문을 처리할 수 있다면 부담 없이 로펌이나 변호사를 찾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상담 및 질문 처리를 AI와 자동화 시스템이 맡고, 최종 1~2분만 변호사 검수를 거치는 구조라면 가능한 얘기입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글로벌 시장 진출입니다. 법률은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통적인 로컬 산업이지만 리걸테크가 활성화되면 이민법이나 통상법 등의 경우 현지 로펌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구조를 상당 부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현지 변호사를 형식 절차로 거쳐야겠지만 내용상에서는 커버할 수 있는 영역들이 크게 확대됩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리걸테크니션들이 늘어나고 있는지요?
임: 현재 국내에는 2만 5000여명의 변호사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기술 이해도가 높은 인력은 소수에 그칩니다. 그런데 요즘 로스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기술 전문가, 기술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이 로스쿨에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특강을 해보면 이공계 출신들도 많고, 인문계 출신이면서 컴퓨터에 능숙한 인재들이 꽤 됩니다. 이들은 전통 법률 시장에 순응해온 기존 고시생과는 좀 다릅니다. 국내 법률 시장에 변화와 혁신을 불어넣고 싶어하며 자신이 그 주체가 되고 싶어합니다. 창업이든 뭐든 목적의식이 뚜렷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변호사 채용을 할 때 기술이 중요한 요인이 되나요?
임: 아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텔리콘 법률사무소도 당장 리걸테크에 초점을 맞춰 인력을 찾지는 않으니까요. 미래에 대한 열정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훨씬 중요합니다. 대신 인텔리콘 연구소에서는 AI 전문가, 법률과 AI를 함께 아는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법조인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기술을 더 잘 수용할수록 유리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Q. 리걸테크 시대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임: 리처드 서스킨드가 얘기했듯이 전문직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깨지고 정보가 균등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구루나 장인에게 배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고급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력 없는 변호사들은 더욱 도태되기 쉬운 구조가 됐습니다. 기본적인 네트워크나 인맥이 취약하고 기술 발전에 어두운 변호사들은 힘들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잘 다루는 변호사는 할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또 철학, 윤리학 등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전통을 따라가기보다 새로운 창조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래의 법률 시장을 선도할 직업, 리걸테크니션의 전망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리걸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11년 914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 9200만 달러로 4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전세계 리걸테크 시장은 2015년 38억 달러에서 2019년에 57억 6300만달러 규모로 50% 이상 성장할 전망입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법률 전공자들은 이제 대형 로펌이 아닌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인턴십을 받기도 합니다.

게다가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콘텐츠 분야가 법률 서비스의 신시장이 된 것처럼 가상현실, 로봇공학, 인공지능도 중요한 법률 서비스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그 책임성에 대한 공방이나 로봇의 파손에 대한 손해배상 등 미래 기술 출현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소송들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법률가들은 좋든, 싫든 기술과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법률 시장을 리드하고 싶다면 리걸테크니션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법률 시장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법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직업, 리걸테크니션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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