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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가 열리다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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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는 현금을 보유하지 않은 은행이 늘고 있습니다

2013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은행에 강도가 들었는데요, 아무것도 훔치지 못하고 빈손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은행에 훔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죠. 흔히 은행 하면 두터운 문이 달린 커다란 금고 안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현금과 차곡차곡 쌓인 금괴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강도가 빈손으로 나올 정도로 현금이 없는 은행이라니, 상상되시나요?

현금 결제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국가들

2013년, 마스터카드는 벨기에, 프랑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의 비현금 결제율이 90%를 넘어서며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스웨덴은 그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2030년까지 완전히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스웨덴의 소매점들은 합법적으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아예 현금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노숙자들도 현금이 아닌 모바일 결제로 구걸을 할 정도지요.

덴마크는 2017년부터 자국 내에서 동전과 지폐의 생산을 중단한 후 최소의 필요량만 위탁하여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는 2015년부터 1,000유로(약 130만원) 이상의 물품은 현금 결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에서는 노점상들도 모두 알리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수단을 이용하고, 싱가포르도 2020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뿐 아니라 교통카드 충전에도 현금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돈은 곧 현금’이라는 기존 화폐 개념이 바뀌면서, 전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 중국에서는 노점상들도 알리페이(QR코드)로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합니다

국내 비현금 결제 현황

우리나라도 비현금 결제 비율이 지속 상승하며 현금 없는 사회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6년의 현금 결제 건수 비중이 2014년 대비 37.7%에서 26.0%로 크게 감소하였고, 금액 기준으로도 17.0%에서 13.6%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에 대표적인 비현금 결제 수단인 신용카드는 동기간 기준으로 결제 건수가 34.2%에서 50.6%로 크게 상승하였고, 금액 기준으로도 50.6%에서 54.8%로 지속 상승 중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적어도 결제수단으로서 현금은 신용카드 등의 비현금 결제수단에 이미 밀려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16년 1월, ‘지급결제 비전 2020’을 발표하며 동전 없는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밝혔고, 2017년 4월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실시했습니다. 매장에서 현금 결제 후 잔돈을 선불카드로 적립받아 동전의 이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참여사업자 확대 속도가 느리고, 고객 유인 요소나 홍보가 부족하여 아직까지 이용건수가 많지 않습니다. 이마트에서는 SSG머니, 롯데마트에서는 L.POINT, CU에서는 캐시비, 티머니 등 각기 다른 수단으로 잔돈을 충전해야 하는데요, 참여 사업자마다 이용하는 선불카드가 달라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 현금 결제 후 잔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금 없는 사회의 장점

현금 없는 사회가 구현되면 자금 유통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화폐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용카드 등의 비현금 결제는 온라인 상으로 기록이 남기 때문에 자금이 어떻게 들어와 어디에서 얼마나 쓰이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세로 축적했거나 각종 범죄로 탈취하여 지하경제에서 악용되고 있는 자금을 양성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폐 발행량을 감소시켜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10원짜리 동전은 제조비용이 약 20원으로 원래의 화폐가치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데, 비현금 결제가 활성화된다면 덴마크처럼 화폐 제조량을 최소로 통제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

그렇다고 현금 없는 사회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만약 금융전산망이 해킹당하거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국가적으로 자금유통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노인, 빈곤층 등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약자들이 소외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비현금 결제 수단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 사용이 필요한 계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기술 발전에 따라 비현금 결제 수단의 확산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입니다. 최근 제공되는 IT 서비스들은 결제라는 과정 자체가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며 생략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차량 공유 서비스(쏘카), 카풀 서비스(풀러스) 등의 모바일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들은 사전에 등록한 신용카드를 통해서만 결제가 이뤄집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가 요금을 별도로 정산할 필요 없이 플랫폼에서 자동 결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결제 수단 선택, 쿠폰 적용 등의 결제 과정을 간소화하여 서비스의 만족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향후 사물인터넷 결제에서도 비현금 결제는 유일한 결제 수단이 될 것입니다. 냉장고가 우유를 주문하고, 세탁기가 세제를 주문하는 등 사물인터넷 디바이스가 스스로 상품을 구매할 때도 미리 등록된 비현금 결제 수단으로 자동 결제가 이뤄질 것입니다. 비현금 결제 수단의 확산은 사람과 사람간의 거래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간의 거래, 사물과 사물간의 거래까지 포괄하며 현금 없는 사회를 구현할 것입니다.

글. 케이(커넥팅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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